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3)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산성비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며 비 맞는 것을 꺼린다. 대기오염 정도에 관계없이 빗물은 산성이므로 하늘에서 내리는 모든 비가 기피 대상이다. 잘못 알고 있는 정보 때문에 이들은 평생 비를 나쁜 것이라 생각하고 살아갈 것이다.

화학적으로 보면 순수한 대기 중의 빗물은 pH 5.6으로 산성이다. 이는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나, 예나 지금이나 내린 비는 모두 산성비였다. 일본의 어느 온천물은 pH가 2.9다. 산성비에 겁을 먹는 우리라면 온천에 들어가기 꺼려할 것이다. 그런데 한번 다녀온 사람은 물론이고. 평생을 그 물로 머리감고 살아온 그 지역 주민들도 문제는 없다. 산성이라고 다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로 나쁜 산성은 아니므로 무조건 산성비와 건강을 연관시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 진다
'산성비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 때문에 금쪽 같은 빗물을 쓰레기로 생각해서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우리 국토와 국민들, 우리의 후손들이다. 매년 내리는 1270억톤의 수자원을 모두 하수로 생각해 너도나도 한 번에 내버리니 여름에 홍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봄에는 물이 없어 가뭄으로 쩔쩔맨다. 지하로 침투되지 않아 지하수는 점점 고갈되고 하천은 메말라 간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엉뚱한 곳에 비용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산성비의 위험성이 과장됐건 아니건, 산성비를 맞고 안 맞고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빗물을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것에는 국가의 수자원 관리 정책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잘못된 상식이 유포되는 바람에 하늘에서 내린 수자원인 빗물을 한꺼번에 내버리도록 사회기반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사회적인 엄청난 재앙이 발생되며 비효율적으로 예산이 사용되고 후손에게 비용부담을 안겨준다. 

아마도 정부의 관련부서는 이에 무관심하거나 묵시적 동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검증되지 않은 허위사실이 유포돼 예산 낭비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동조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직무유기다. 왜냐하면 정부에서는 국민이 잘못 알고 요구하는 것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대머리 펀드’를 조성하자
빠른 해결을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산성비 때문에 대머리가 된 사람을 찾아서 치료비와 위로금을 제공하도록 하는, 일명 ‘대머리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다만 이 펀드에 의하여 보상을 받으려면 대머리와 산성비와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 계획의 이면에는 산성비가 안전하다는 자신감과 그로 인해 물 관리 효율을 개선하고 예산을 줄이는 데 국민들의 협조를 구한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의 물문제의 50%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 문제에 투입되는 예산의 100분의 1을 기금에 적립하고, 또 그 100분의 1을 홍보나 교육에 투자하면 된다. 

‘대머리펀드’의 목적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상식을 전달하고 정부에서 정책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들기도 전에 목적만 달성된다면 만들 필요가 없다. 다만 기금으로 물에 대한 국민 교육과 홍보를 통해 물에 대한 상식을 올바로 전달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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