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철학 있는 환경정책 필요, 자연은 인간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이용"

 

[이투뉴스] "22조원을 들여 얼마를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4대강 사업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인지 따져봐야 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7대 원장을 지낸 정회성 한국환경정책학회장(55. 사진)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명박 정부 최대 국책사업으로 꼽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첫삽을 뜬지 1년 8개월만에 전체 공정의 4분의 1를 소화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찬반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2년까지 15조 원을 더 투입해 4대강 사업을 마무리짓겟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이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신장이 아픈 사람을 코부터 발끝까지 수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그는 "지금의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하류는 하구언을 막아 강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으며 토사가 많이 쌓이고 물이 적어 준설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중·상류에 보를 건설하게 되면 수질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불필요한 작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 예방과 풍부한 수량 확보, 수질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환경정책 관점에서 과연 이것는 맞는 얘기일까. 정 회장은 지금까지의 수질관리와 하천관리 정책의 콘셉트를 아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의 역할과 기능에 맞게 상류에서 하류까지 관리해야 하는데 지금의 4대강 사업에서는 '큰물만 강'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강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강에서 서식하는 생물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잉어는 큰물에서 산다. 하지만 잉어가 되기까지는 알에서 시작해 치어를 거쳐 잉어가 된다. 이 생물이 강에서 자랄 수 있으려면 큰물뿐 아니라 수초, 모래사장, 실개천 등이 필요하다. 그것이 강이다."

정부의 하천관리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과거 국토해양부는 강의 하류가 오염되면 상류에 있는 물을 사용하고 또 그 물이 오염되면 댐을 막아 그보다 상류의 물을 사용하는 등 근본적인 수질관리를 하지 않고 물을 사용해 왔다"며 "그것이 쉬운 방법이었거나 돈이 적게 들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강의 본류를 건드리기보다 지천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대부분의 도시가 강 하류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하류의 수질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은 원칙과 철학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환경정책은 미래에 대한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가 생각하는 환경정책의 기조다. 여기에 역사를 알고 이를 적용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는 이어 "정책은 방향성과 방법론이 중요하다. 큰 틀에서 정책 어젠다의 방향을 설정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방향이 옳다고 해서 정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환경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게 아니고 수 년에서 수십 년이 지나봐야 성공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환경정책에 대한 그의 신념은 그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과 연결된다.

"자연은 스스로 정화되도록 두고 인간이 사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수질정화를 위해 수처리 기술을 적용하고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데 일조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는 자연의 프로세스를 역행하는 것이며 환경관리의 원칙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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