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해도 급변하는 산림 생태환경 제대로 연구 못해
자연과 사람을 유기적 관계로 설정 '에코시스템 매니지먼트'이 대세

[이투뉴스] 2004년 경기도 광주·성남에서는 3000여그루의 나무가 참나무시들음병으로 시들면서 빨갛게 말라 죽었다.

최근 들어 잣나무 재선충병과 피목가지 마름병, 낙엽송 테두리잎벌, 리기다 푸사리움 가지마름병, 아카시아 황화현상 등 병해충이 빠르게 확산돼 산림 피해가 가속화 되고 있다.

1970년대 전체 산림면적의 절반을 차지했던 소나무숲은 2007년 말 23%(150만ha)로 줄었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소나무가 제주도와 남부 해안에서 사라지고 대신 개마고원과 백두산에서 소나무를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어디까지나 산림 생태계만을 통해 할 수 있는 예측일 뿐이다. 게다가 이러한 예측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보전부장<사진>은 "전수 조사를 해도 산림환경의 변화를 모를 수 밖에 없다. 기후변화 탓에 과거와 달리 산림환경이 매우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후변화가 산림 생태계의 지형을 급속도로 바꾸면서 산림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신 박사는 "산림환경의 요인에 '인간의 개입'도 포함시켜 변화를 전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태계는 유기적이기 때문에 만약 산림이 파괴되면 그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파생돼 산림과 환경, 산림과 사람 등의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때문에 산림 그 자체보다는 지속가능한 관리의 관점에서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

보전 중심의 생태론에서는 사람과 자연을 분리한다. 인간의 활동은 자연 파괴의 관점에서 해석하기 때문에 인간 활동을 차단하거나 자제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신 박사는 이에 반기를 든다. "사람이 없는 생태계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으며, 반대로 생태계를 떠난 사람도 생각할 수 없다"며 '상생의 개념'을 강조한다.

"기존의 글로벌 숲 모니터링(Global Forest Monitoring)만으로는 산림환경의 변화를 꿰뚫어 보기엔 한계가 있으며,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바라보는 '에코시스템 매니지먼트(Eco-system Management)'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급변하는 산림환경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수단으로 에코시스템 매니지먼트를 꼽았다. 더불어 산림경영이 기존의 '생산량' 중심에서 '생산력 유지'로 바뀌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에코시스템 매니지먼트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 말했다.

에코시스템 매니지먼트가 주창하는 상호 존중의 정신을 적용한다면 산림환경에서 일어나는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자 사회 유지수단이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그는 에코시스템 매니지먼트를 "관계의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에코시스템 매니지먼트는 생소한 개념이다. 그는 "한국의 60~70년대 산림 녹화사업은 세계적인 우수 사례로 손 꼽히지만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에 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1분마다 축구장 20배 크기의 산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올바른 산림경영, 한국의 기후변화 적응과 생물다양성 감소 등에 관한 연구는 적극적으로 장려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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