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환경 파수꾼 현장]포항 호미곶 침몰 '경신호' 잔존유 회수에 256억원 투입
어민 불안 가중, 해양환경관리공단 오는 7월 작업 완료

[이투뉴스] 1988년 2월 24일 오전 7시 40분. 울산 온산항에서 2560㎘의 벙커C유를 싣고 강원도로 항해 중이던 995t급 유조선 '경신호'는 기상악화로 좌초, 포항시 남구 대보면 호미곶 동방 3.5마일 해상에서 침몰됐다. 당시 배에 싣고 있던 기름 중 1900여㎘가 바다로 유출됐고 나머지 660㎘가 침몰 선박에 남았다.

이 사고로 당시 영일만 일대 어장 170여곳이 피해를 입었고 경주시에서 울진군까지 42㎞의 동해안 청정해역이 기름으로 오염됐다.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는 사고 당시 침몰된 선박에 틈(크렉)이 발생한 부분에 쐐기를 박거나 몰딩(수중 시멘트) 처리를 해 기름이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경신호 침몰 해역 주변에서 드물게 기름 방울이 떠올라 폭 20~30m의 얇은 유막이 형성되고 주변 1~2마일까지 기름이 확산되는 등 어민들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고 발생 후 14년이 지난 2001년 9월에서야 한국해양연구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경신호는 수심 98m 해저에 선체 앞부분이 뻘에 묻히고 선체 뒷부분은 들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정부는 경신호에 남아 있던 기름을 회수하기 위해 2008년까지 회수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지만 잔존유(油) 회수 기술과 예산상의 문제로 쉽사리 해결되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

23년 전 침몰된 유조선 경신호에 남아있던 기름이 마침내 회수된다. 국토부는 더 이상 침몰된 경신호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25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잔존유 회수작업에 나섰다. 국토부는 단일 사업 가운데 가장 큰 예산을 배정했다.

잔존유 회수작업에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해양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해 경신호 잔존유 제거작업을 위한 사전조사를 완료했다. 현재 선체에 남아있는 기름은 512.3㎘. 이 가운데 선박에 싣고 있던 벙커C유가 509.9㎘, 선박 연료인 경유는 2.4㎘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작업 시 기름 유출 우려가 있는 5곳은 밀폐조치해 오염원을 차단하기도 했다.

사전조사 작업에는 심해잠수를 위한 포화잠수장비 등 특수장비와 7323t급 작업기지선 '스미트 보르네오'가 동원됐다. 포화잠수란 잠수종에 잠수사(다이버)가 들어가 수중으로 투입되는 방법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 경신호사업단 관계자는 "올해 잔존유 회수작업 때도 이 방법이 적용될 예정"이라며 "사람이 직접 잔존유 회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업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잔존유 회수작업은 잠수사 2명이 포화잠수장비에 탑승한 뒤 물 속에 들어가 침몰선 외부에서 유류저장 탱크가 있는 2곳에 구멍을 뚫고 밸브를 장착(Hot-Tapping)하는 것이 1단계다. 그 다음 상부 밸브에 펌프를 연결해 기름을 회수하는데 회수된 기름은 작업기지선에 설치한 기름탱크로 옮겨진다.  

포화잠수장비와 더불어 작업기지선에서 무인장비를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잇는 무인회수장비(ROLS)도 잔존유 회수작업에 동원된다. 무인회수로봇(ROV)이 기름 회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인명사고 발생이나 작업시간의 제약이 없지만 잔존유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조사팀은 경신호의 선체상태를 확인한 결과 갑판상 파이프 등 구조물의 부식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했다. 선체 인양시 기름 유출이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 잔존유 회수작업으로 가닥을 잡았다. 태풍이나 항해중인 선박과의 출동 등으로 인한 추가 손상 가능성 또한 낮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조사작업시 현장에서 획득한 영상자료과 선체 현황 등 각종 정보를 종합해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반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오는 5월 말부터 경신호 잔존유 제거작업에 착수해 7월 초 완료할 계획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 경신호사업단 관계자는 "수중에서 진행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장마와는 무관하다. 다만 태풍의 영향 탓에 조금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지난달 말 제거작업 업체 선정을 위한 국제입찰을 공고했으며, 내달 7일 업체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근해 침몰선 1731척

어선 1418척으로 가장 많아
관리대상선박, 경신호 등 10척

국내 침몰선은 1983년부터 현재까지 2289척. 이 가운데 인양되거나 공해상에 있는 선박을 제외하면 1731척이 침몰돼 있다. 어선이 1418척으로 가장 많고 이어 화물선 90척, 예선 64척, 부선 22척, 여객선 8척, 유조선 6척 등이다.

국토해양부는 침몰선의 위험도를 5등급으로 평가해 관리대상선박을 분류한다. 관리대상선박은 집중·일반·관리대상 제외 선박으로 나눠 관리된다. 위험도는 선박의 종류, 규모, 잔존기름, 수심, 기름 유출 가능성, 해상 교통환경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현재 국토부가 정한 관리대상선박은 10척. 이 가운데 관리기준이 집중으로 분류된 침몰선은 유조선 '경신호'가 유일하다. 잔존유와 기름유출 가능성이 있는데다 침몰기간도 가장 길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25일 전남 여수시 백도 인근에서 침몰한 1323t급 '이스턴브라이트호'는 관리대상선박 가운데 유일한 가스운반선이다.

침몰선 중 가장 큰 선박은 1996년 6월 15일 전남 남해 매물도 인근에 침몰한 화물선 '안나스피라토우'로, 1만4901t급이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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