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가을의 초입에서 발생한 전력대란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던 여름에는 무사히 지나다가 끝자락에 엄청난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대란은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와 석탄 등을 원료로 만들어낸 이차에너지인 전기를 물 쓰듯 사용하고 있으니 견딜 방법이 없다.

누누이 지적한바와 같이 전력대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체계다. 이웃 일본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전기요금 때문에 물 쓰듯 펑펑 쓰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전기를 절약하자고 목이 터지라고 외쳐도 편리하고 값싼 점을 감안하면 이를 막을 장사가 없다.

문제는 여러 가지 에너지 중에서 전기를 선호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데서 심각성이 있다. 과소비를 넘어 낭비하는 요소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일부 레스토랑이나 커피전문점 등은 에어컨을 틀어놓고도 창문을 열어놓는 곳이 많다.

또한 금연구역의 경우는 에어컨도 가동하고 문도 열어놓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번 전력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서울 강남역 인근 옷가게 등은 에어컨을 켠 채 가게 문을 열어놓고 시원한 바람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왜 그런 게 가능한가. 전기값이 싸기 때문이다. 실내온도를 25도나 26도로 맞춰달라고 애원해도 오불관언이다. 이들 업소는 냉방온도를 18도로 하고 있다.

이런 소비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발전소를 아무리 짓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발전소도 쉽게 건설되는 게 아니다. 비교적 발전비용이 저렴한 원자력발전은 리스크가 크다. 가스로 발전하는 경우는 원가가 비싸게 든다. 석탄은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는 원료다. 설령 발전소를 짓는다 해도 하루이틀에 뚝딱 건설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원죄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 체계에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물가 타령을 앞세워 전기요금은 지난 8월 찔끔 올렸다. 전기요금을 인상해도 원가보상률은 90%선. 여전히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세계에서도 가장 싸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은 올 여름 전력소비를 15% 줄였다. 국민이 이를 성실하고 진정으로 협조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고비를 넘겼다. 만약 우리가 그런 상황에 놓였더라면 도처에서 불편함으로 아우성이 터져 나왔는지도 모른다.

전력대란을 계기로 근본적인 처방전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값을 제대로 매겨야 한다. 값이 비싸다면 허투루 쓰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다. 아울러 전기 등 에너지 절약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가격이 정해져야 한다. 더 이상 자원배분의 왜곡을 시정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전략대란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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