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홍석우 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이 내정됐다. 산적해 있는 지경부의 현안을 생각하면 정치권이나 다른 부처 출신보다는 업무파악이 빠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 장관 내정자가 지식경제부 안에서도 무역부문과 중소기업 쪽에서만 근무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지경부는 산업정책은 물론 무역과 에너지, 정보통신까지 망라하고 있어 업무영역이 방대하다. 과거 같으면 2~3개 부처가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바람잘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최중경 장관은 9.15 전력대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지경부와 업계 등에서는 이런 차원에서 신임 지경부장관은 에너지를 잘 아는 전문가가 오기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신임 장관은 당장 올 겨울 예상되는 전력대란을 막아야 한다.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원가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전력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하지만 전력요금 인상은 녹록한 문제가 아니다. 작년부터 전력요금 인상이 누누이 강조되어 왔지만 올해 찔끔 올리는데 그쳤다. 전기요금은 단순히 경제논리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 물가 당국은 공공요금에 큰 영향을 주는 점을 감안해 전기요금 인상에 나서지 않는다. 특히 정치권도 선거를 앞두고는 전기요금 조정에 인색하다.
이처럼 전기요금이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이 심각해졌다. 고름이 많이 차서 터질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미 지난번 9.15 전력대란으로 경험했지만 그동안 전기난방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당국도 그 정확한 실상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겨울 전력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여러 가지 방책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공급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에너지 공급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에너지 수요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 직접적으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함으로써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빨리 보내야 한다. 불행히도 전기요금 조정은 시급한데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어서 시기적으로 매우 좋지 않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할 경우 올해는 물론이고 해마다 전력대란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신임 지경부장관은 무엇보다도 전기요금 현실화를 깊이 고민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로 겹쳐서 일어나고 있는 고유가를 잡아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전임 최중경 장관도 여러모로 정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업계의 반발만 초래했다. 석유가격 안정 문제 또한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뭔가 보여주는 데만 급급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 홍석우 내정자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장관직을 맡는다. 어떤 문제 하나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솔로몬 왕과 같은 지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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