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대리점 '한국글로벌에너지' 설립 자생력
석유공사와 MOU 체결…알뜰주유소 지원

▲ sk자영주유소연합(현 한국자영주유소연합) 회원들이 지난해말 강남구 논현동 최태원 sk그룹 회장 자택을 방문해 기름값 리터당 100원 할인 당시 sk만 사후 카드 할인 방식을 사용해 큰 손해를 입었다며 이르 배상해줄 것으로 요구했다.

[이투뉴스] 흔히 서로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한다. 이 대결은 다윗이 승리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골리앗이 이기는 게 현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벌어져 주목을 받았다. 대기업 SK이노베이션과 소규모 주유소 모임인 SK자영주유소연합의 싸움이 그것이다.

이들의 대결은 현재 진행형이다. 초반 분위기는 SK이노베이션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지만 SK자영주유소연합의 끈질긴 노력에 최근에는 새로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SK자영주유소연합은 한국자영주유소연합으로 명칭을 교체하고 석유대리점인 한국글로벌에너지를 설립해 3월말에는 한국석유공사와 석유유통사업 전반에 대해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 주위를 놀라게 했다.

SK자영주유소연합의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의 역습에 제대로 한방 맞은 셈이다.

무엇보다 소규모인 200여 회원사로 시작해 어려움 속에서도 어느덧 1000개 회원사로 성장하며 자생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의 행보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과 SK이노베이션의 불편한 관계는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석달간 리터당 100원 기름값 할인을 실시한 후부터 시작됐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이 다른 정유사들이 공급가 할인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사후 카드할인 방식을 사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SK자영주유소연합은 다른 주유소들이 할인된 가격을 밖에 내걸었는데 SK주유소만 그렇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할인행사 기간인 지난해 6월 GS칼텍스가 점유율에서 창사이래 처음으로 SK이노베이션을 따돌린 것을 들었다.

SK자영주유소연합은 이에 SK이노베이션의 잘못된 정책으로 SK주유소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매출이 30∼40% 급감한 만큼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SK자영주유소연합 일부 회원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자택으로 찾아가 확답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SK자영주유소연합의 활동은 이후 급격하게 위축됐다. 일각에서는 조직내 의견이 갈리면서 해체위기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심심치않게 흘러나왔다.

김진곤 한국글로벌에너지 이사는 이에 대해 "당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극소수의 일부 회원이 SK이노베이션의 설득에 넘어간 것일 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해 논란을 더욱 부추긴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SK자영주유소연합은 위기를 겪으면서 회원들 중 일부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겪었지만 SK이노베이션과 끝까지 싸울 인물들로 집행부를 강화하는 전기도 마련했다.

컨트롤 타워가 확고해지면서 SK자영주유소연합의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 때 이름을 한국자영주유소연합으로 교체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은 이후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을 찾아다니며 일종의 스킨십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단순히 구호를 외치는 수준에서 탈피해 자영주유소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고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 돕기로 했다.

▲ (왼쪽부터) 박재익 한국석유공사 비축사업본부장과 정승일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 정원철 한국글로벌에너지 대표이사는 지난달말 경기도 안양시 석유공사 본사에서 알뜰주유소 확산과 석유제품 공동구매 등 석유유통사업 전반에 대해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싸움에도 한층 힘을 냈다.

특히 지난해 9월말부터 올해 2월말까지 SK이노베이션이 에쓰오일보다 석유제품을 평균 리터당 43원 비싸게 공급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은 이를 기본계약서에 명시된 "SK네트웍스는 주유소의 영업지역내에서의 경쟁력을 감안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유소에게 석유제품을 공급한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은 SK네트웍스가 정원철 연합회 회장이 운영하는 하이웨이주유소에 대해 시설물 철거 및 반환 요청을 한 것을 두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낸 결과로 평가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은 정부 유관기관을 지속적으로 찾아다닌 것에 대한 성과도 얻었다. 한국석유공사와 석유유통사업 전반에 대해 협력하는 MOU를 체결한 것이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은 정부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알뜰주유소 확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지원하는 대신 한국글로벌에너지가 회원사에 대해 석유제품 일부를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같은 협상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석유공사는 1000여개에 달하는 알뜰주유소를 한 번에 확보하게 됐고,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은 공급처가 확실한 대리점을 구축해 자생력을 갖추게 됐다.

일부에서는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의 이같은 활동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현재와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는 유류세 인하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데, 한국자영주유소연합만 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은 유류세 인하는 정부가 할 일이고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는 만큼 이를 먼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한국자영주유소연합은 최근 석유제품을 공동구매해 한국글로벌에너지를 통해 주유소에 공급하는 첫날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낮추는 등 인하효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에 따르면 당시 연합회에서 가격을 공개하자 오전에 한차례 가격을 제시했던 SK의 경우 또다시 인하를 단행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석유제품 유통단계 다양화와 유통마진을 줄여 가격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알뜰주유소 취지와 한국글로벌에너지의 자발적 참여가 맞물려 전체적으로 유가 인하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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