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 집단에너지 요금체계에 사상 초유의 파행이 빚어졌다.

열을 공급하고 있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사실상 정부의 사전 승인제 형태로 운영되던 열요금 체계를 무시하고 당국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6월부터 8.3%를 올리겠다고 지난달 하순 지식경제부에 신고했다.
구역전기(CES) 사업자들도 8~9%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정부에 통고했다. 통상적으로는 신고를 하기 전에 업자들이 지경부 당국자와 협의하거나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요금인상을 기준으로 삼아 정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어떤 법령에도 열요금을 물가정책과 연계시켜 정부와 협의해서 결정한다는 말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연료대금 인상 등을 고려해 당국에 열요금 인상 방안을 신고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면 그만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지경부는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벌였으나 처음에는 기재부가 완강하게 반대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 부처는 협의끝에 6.5% 인상이라는 타협안을 만들어냈고 사업자측은 이를 수용, 다시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요금 파동은 그간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왔고 어쩌면 당연시한 이른바 관행에 대해 심각히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전반적인 분야에서 암묵적으로 묵인되어온 이런 관행은 근년 들어 없어지는 것이 추세다. 나쁜 관행은 점차 철폐해나가는 것이 또한 바람직한 방향이다. 관행은 법적인 규정이 없이 행정당국자들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기제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작은 관행들이 쌓이면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같은 에너지 요금체계에도 부작용과 불합리가 작동하고 있다. 당연히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와 석탄과 석유, 가스를 원료로 해 생산한 전기가 원료보다 더 싼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이번에 일방적 신고라는 강수를 쓴 것은 3개월마다 열요금을 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6월이 아니면 다음번에는 조정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있는 9월은 물론이고 12월, 새 정부가 탄생한 직후인 내년 3월은 요금 조정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본 것이다.

정부는 이번 파행을 계기로 모든 요금제도를 원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물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허가 등 규제방법을 찾더라도 신고만으로 되어있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업계와 사전 조정을 통해 신고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정부가 가격에 통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우선은 물가안정에 최선인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주름살은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열요금 사태를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는 계기로 삼아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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