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9일 지구온난화 저지를 위한 교토 기후협약에 따른 2단계 역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밝혔다.
그러나 오는 2008~2012년의 배출량을 평균 근 7% 줄이도록 집행위로부터 할당받은 EU의 선진 10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 등 다수 국가들은 이 조치가 산업에 부담을 주는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발끈해 실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집행위 조치에 찬성하는 영국도 다른 EU 회원국들이 배출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영국만 경쟁력에서 손해를 보게된다고 촉구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독일의 미카엘 글로스 경제장관은 "집행위 조치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전기값 상승 등의 부작용만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도 집행위가 배출감축 기준을 정하는데 문제가 있다면서 반대편에 섰다. 집행위 조치를 수용할 경우 배출가스를 50% 가량 줄여야하는 리투아니아와 '허용량이 너무 적다'는 슬로바키아도 집행위를 비난했다.
집행위로부터 배출가스 감축량을 할당받은 10개국에는 이밖에 그리스, 아일랜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몰타, 스웨덴도 포함됐다. EU에 신규 가입한 15개국의 경우 집행위가 할당 작업을 아직 끝내지 않은 상태라 이번에는 제외됐다.
EU의 스타브로스 디마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감축분 할당에 대해 "교토 협약 이행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유럽이 지구온난화 저지를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식통들은 집행위가 이번에 강한 조치를 취한 배경에 대해 지난 4월 회원국들이 자기네 업계 보호를 위해 2005-2007년분 배출가스 허용 상한을 '필요 이상으로 높인 것'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당시 이 때문에 EU가 작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범시킨 배출가스거래시장에서 4-5월중 거래권이 폭락해 시장이 한때 존폐 위기를 맞기도 했다.
배출가스거래시장 관계자는 집행위의 이번 조치가 배출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올해분 가스배출권 가격이 t당 8.2유로 가량인 것이 2008년 인도분의 경우 18.3유로까지 거래됐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선물 가격이 계속 뛰어 25유로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 공해배출 기업은 후진국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들여 자기네가 부족한 배출량을 확보하는 한편 후진국의 이산화탄소 방출도 줄어들도록 하는 이중 효과를 겨냥해 배출권거래시장이 운영돼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집행위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거래시장이 주로 에너지집약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면서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50% 가량은 통제영역 바깥 임을 상기시켰다. 또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이 교토 기후협약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집행위로부터 배출가스 추가 감축을 할당받은 10개 회원국은 두달 안에 유럽재판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