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는 지난 20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어 내년부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공론화작업 개시를 주요 골자로 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을 의결했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의 주요 내용은 내년 상반기부터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문기구 성격의 공론화위원회를 가동시키고 2014년까지 논의결과를 대정부 권고서 형태로 정부에 제출하면 정부는 2015년까지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2015년 이후 중간처분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원료로 쓰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는 높은 방사능과 열을 함유하고 있으며 특히 방사능은 그 세기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몇만년에 걸쳐 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이처럼 위험한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인지에 대해서 세계적으로도 처리방법이 나와 있지 않다.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다만 원자력발전소에 임시로 보관되어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한곳에 모아두는 중간처리시설 건설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4곳의 원자력발전소에서 23기의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하고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발전소 구내 수조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4개 원자력발전소 구내에 쌓여있는 사용후 핵연료는 1만2400톤으로 그나마 2016년이나 2017년 경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원자력발전소를 34기까지 늘릴 경우 원전수명기간에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누적량은 모두 4만8000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같은 엄청난 양의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중간저장시설을 어디에 건립하느냐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보다 방사능 수치 등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경주에 건설하는데 무려 19년이 걸렸다.

혐오시설을 넘어 매우 위험한 시설로 간주되는 중간처리장 부지를 선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선 주민들로 하여금 안전성을 충분히 설득하고 주민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과거 부안사태 등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사회적 갈등이 첨예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로드맵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2009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가 시민단체의 반발 등으로 철회한바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창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더욱이 임기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 공론화위원회 구성 등을 포함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을 마련한 것은 사실상 책임을 면하기 위한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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