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유부족ㆍ연탄가격현실화ㆍ벙커유 불법유통

재경부 “부족한 면세유 오히려 축소”
산자부 “불공평한 연탄가격 현실화”
검   찰 “생계형 범죄 원칙대로 수사”

 

최근 지속되는 고유가 속에 동절기 에너지 3중고로 인해 화훼농가의 탄식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 농가들이 겪는 에너지 3중고는 ▲면세유 부족 ▲연탄가격 현실화 ▲생계형 범죄 유혹 등이다. 뿐만 아니다. 심야전기 사용 또한 한국전력공사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난방 공급 역시 아파트 등 집단거주지 지역에 한정되고 있어 화훼단지의 대규모화를 위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훼농가의 에너지 사용량은 일반 농가와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 농가의 경우 주로 농작기계에 사용되는 경유와 가정용 난방유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화훼농가의 경우 사계절 내내 온실을 적정온도로 유지하는데 따른 막대한 난방 비용을 소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화훼 업계의 현실은 에너지공급 측면에서 녹록치 만은 않다.

 

◆ 대책없는 에너지난에 화훼농가 ‘탄식’

우선 면세유는 대부분 농가들이 정부로부터 매출과 규모에 따라 물표를 배당 받아 쓰고 있다. 실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연말 부족분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지급량을 20~30% 정도 줄여서 공급하고 있어 면세유 부족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면세유가 부족함에 따라 농가가 자체적으로 구입해 쓰고 있는 연탄의 경우 농가 규모와 필요에 따라 동절기 하루에 약 200~500장씩 때고 있다. 그러나 연탄을 때는 일은 많은 노동력과 연탄가스 중독을 감내해야 하는 매우 힘든 작업이다.

고양시 소재 관엽 식물을 재배하는 한 농가는 “600평 남짓 규모의 시설에 동절기에는 하루에 500장 이상씩 연탄을 갈아야만 하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답답한 방독면을 벗고 연탄을 갈다가 연탄가스에 중독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며 외국인 노동 고용에 따른 난점도 많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산업자원부가 ‘연탄가격 현실화’ 방침을 천명한 상황이어서 연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농가들의 걱정은 늘어만 가고 있다. 산자부는 내년부터는 연탄가격을 매년 연차적 높여 수년 뒤에는 현재(220원)의 2.5배에 해당하는 560원 선까지 현실화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한 농가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일단 연탄가격 현실화는 에너지 양극화 측면을 감안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무리한 시도라는 주장이다. 이는 연탄이 상대적으로 빈곤층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탄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한 화훼농가는 “연탄을 주로 빈곤층이나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에서 연탄가격 현실화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며 “이는 기업에는 여전히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공급하면서 연탄가격만 현실화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화훼 전문 농업인도 “산자부가 상용화를 시키더라도 보통 농가가 1000만원의 연탄보일러 설비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초기에는 인상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정환 산자부 석탄산업팀장은 “가스와 마찬가지로 2008년 이후 연탄역시 공급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수입무연탄은 점결성이 떨어지는 등 품질이 불량한 상황에서 북한으로부터의 수입도 초기 단계임에 따라 연탄생산업계와 농가의 입장을 조율해 수렴해가겠다”고 말했다.

 

◆ 벙커C유 규제로만 일관해야하나
최근 농가가 겪는 또 하나의 고충은 ‘생계형 범죄’의 유혹이다. 이는 정유사로부터 자연발생되는 벙커C유를 농가의 면세유(물표)와 교환하는 불법 유통업자들의 난립에서 비롯된다.
면세유 대신 훨씬 많은 벙커C유를 바꿔 주는 불법 유통업자의 제안은 면세유 부족에 허덕이는 농가 입장에서는 참으로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리터당 500원 이하 면세 경유의 경우 600원보다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에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차원에서는 이를 쉽게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것이 불법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농민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유 불법전용에 대한 정부 단속과 검찰 수사는 농가에 또 다른 고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알았느냐 몰랐느냐를 막론하고 에너지난으로 인한 ‘생계형 범죄’라는 측면에서 일단 지도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불법 유통업자들을 단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한 농가는 “면세유를 벙커C유로 바꿔 쓰는 게 불법인지는 전혀 몰랐다”며 “벙커C유는 많은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오염방지시설 설치를 전제로 벙커C유 사용을 합법적으로 양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음성적인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한편, 현재 남아도는 벙커C유를 농가에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벙커C유의 양성화 또한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양성화까지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 농가는 “벙커C유에 대한 오염 방지 장치를 정부차원에서 저리 융자나 지원을 통해 고유가에 울고 있는 농민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방식이 필요할 때”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정부 대책은 있나
문제는 지난 2000년 이후 정부의 지원정책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농림부가 3년째 기획예산처에 화훼 대단지 조성을 위한 에너지 시설과 관련한 정부 지원책도 번번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또한 정책 결정의 책임자들 뿐만 아니라 실무자들 역시 잦은 이동도 문제가 되고 있다. 즉 할만하면 다른 부서로 빈번히 옮겨 업무의 영속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화훼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표면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농림부에서는 화훼산업

을 전담하는 과조차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학균 농림부 채소특작과 주사는 "채소, 화훼 시설과 관련 3ha이상 대단지의 경우 시설관련 보조금 지원을 3년째 시도해 왔으나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며"내용을 수정 보완해 내년도에도 기획예산처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방연 농림부 과수화훼과 주사는 “늦어도 다음달까지 화훼업계의 애로 사항과 관련 정부와 학계, 연구기관 및 실제 농가 대표들이 만나 농림부에서 대책 회의를 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시장개방과 FTA 등 현안과 관련한 대안을 내년 3월까지 1차적으로 도출한다느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오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은 "면세유와 관련 단기적으로는 조합들의 자체 조사를 토대로 실제 화훼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면세유 공급 비중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농가 부채 동결법을 내년 정기국회에 반드시 통과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권위원장은 "장기적으로는 재활용과 신재생 기법을 동원해 우리 화훼 농가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장익창·최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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