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카이로에 최대 해외 공관을 두고 중동산 석유확보에 명줄을 걸어온 미국이 자급자족의 단계에 이를 정도로 에너지 생산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로 대표되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 개발의 기술 발전이 이루어낸 개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에너지 자급률은 81%. 그러나 근년 들어 셰일가스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타이트 오일 역시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2020년이면 석유와 가스를 자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에 40%를 공급해오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영향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에너지 환경이 바뀌면서 비상이 걸린 국가가 러시아다. 세계 최대의 가스 보유량을 자랑하며 유럽쪽에 가스를 공급하면서 큰 소리를 쳐 왔으나 입김이 슬슬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중동 국가 역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어쩌면 이런 전망은 진즉부터 예상되어 왔다. 벌써 수십년 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마니 석유장관은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자원개발을 역설한 바 있다. 원유 값이 100달러 선으로 치솟아 비전통 원유의 개발비용이 채산성을 확보하면서 중동 석유국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급변하는 국제 에너지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선은 공급선이 다변화되면 수요국으로서는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에너지 자원은 수송과 보관 등에서 특수한 점이 많은 만큼 정교한 전략수립이 필수적이다.

아직은 미국이 자체 생산한 셰일가스 등에 대한 수출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에 미리 대비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외교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서로 유리한 여건으로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이다.

내년 3월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발전적 개정 역시 중차대한 문제다. 그러나 북한핵과 이란핵 등 글로벌 환경은 우리나라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협정이란 상대가 있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더욱이 국민적 압력 운운하지만 핵강대국이며 세계질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에 우리나라가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계량하기 힘들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핵무장론을 공공연히 내세우는 것은 미국의 의심을 더욱 깊게 하기 때문에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의 전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은 핵폭탄을 맞은 국가이면서도 조용하고 끈질긴 외교적 노력으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권한을 얻어냈다. 일본의 예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큰소리친다고 되지 않고 진솔한 설득만이 미국을 움직이게 하고 나아가서는 우리가 필요로 한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자력협정 개정과도 연계되는 것이지만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도 보통 심각한 현안이 아니다. 매년 700톤가량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는 고리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해 국내 4군데 발전소 수조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고리를 비롯해 2024년까지는 발전소 내 임시 저장수조가 다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는 아직 세계적으로 처리방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방사능이 높은데다 반감기가 수십만년이 되기 때문. 결국 중간 저장시설을 건립해놓고 앞으로 기술개발 등을 기대하면서 대처해 나가자는 것이 각국의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결국 중간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수밖에 없으나 세월이 많이 걸리고 국민적 공감대 또한 얻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사용후 핵연료 처리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한다니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공론화위원회는 그야말로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운영돼야만 많은 이해 당사자들의 손익을 조정함은 물론이고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최종 목표인 사용후 핵연료 중간 저장시설 건립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올해는 제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이런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함과 아울러 몇십년 후 앞날을 예상하는 바탕위에서 장기적인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성실하게 이를 수행해야 한다.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우리나라의 앞으로 에너지 정책방향을 담아야 하는 만큼 이 역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계획은 정부는 물론 민간의 미래 투자에도 직결되는 만큼 최대한 예측 가능하고 현실성이 담보돼야 한다. 여기에 지난해 급조한 6차 전력수급계획의 간년 계획을 치밀하게 보완함으로써 국민이 에너지 문제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온실가스 감축 문제도 정확한 교통정리가 있어야 할 시점이다. 앞서 이명박대통령은 2020년까지 예상배출량(BAU) 대비 30%를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최근 일각에서는 선진국의 더딘 움직임을 내세워 이를 완화 또는 연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결과를 떠나서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는 좌표를 확실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