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에너지위원회가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를 권고한데 따라 연속 운전 허가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까지 약 40년간 전기를 생산한 뒤 폐로 절차에 들어간다.

당초 한수원은 고리 1호기와 같은 형태의 원자로가 당초 설계수명이 40년인데다 미국 등의 경우 여기에 10년을 더 연장하고 있기 때문에 2017년 이후에도 10년 더 연장한다는 방침아래 대대적인 투자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후 세계적인 반 원자력 정서에다 근년 들어 부산 경남 지역의 민심이 연장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기울면서 사실상 정치적으로 영구 정지가 결정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고리 1호기는 요즘 건설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1400만~1500만kW 규모인데 반해 58만700kW규모로 우리나라에 처음 건설돼 1978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 전체 전력 생산규모의 1%에 약간 미달하는 것이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전기수요의 급증에 부응한 공을 결코 무시할수 없다.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국내 가동 원전 23기 가운데 5기가 2025년까지, 그 뒤 다시 5년 사이에 7기가 설계수명을 다하게 된다. 물론 고리 1호기가 10년을 1차 연장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1차 연장은 가능할 것이나 2차 연장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그동안의 기술 개발 등을 고려하여 향후 원전 수명 연장에 나설 때는 기한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원자로 폐기 기술은 우리가 완벽하게 갖고 있지 못하다. 세계적으로 원자로 폐로 기술은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만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은 고리 1호기를 2년후 폐로한다고 하더라도 5년간 폐로 방안에 대한 검토 작업을 마친 뒤 향후 5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최종적으로 폐로해야 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원자력당국은 표준 원전 1기를 해체 철거하는데 드는 비용을 6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1조원 이상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도 원전 폐로에 대비해 5년전부터 원전 규제 당국을 중심으로 폐로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등에 비하면 일천하기 짝이 없다. 고리 1호기를 안전하게 폐기하기까지에는 해외 기술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세계적으로 300여기 이상이 새로 건설될 것으로 보이지만 폐로에 나서는 원전도 437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새로운 먹거리로서도 충분한 시장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원전 건설에는 공기단축 등 적지 않은 기술을 축적해왔다. 원자로 폐로에 있어서도 그동안 쌓은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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