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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전의 조건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선임연구위원)
[441호] 2017년 01월 23일 (월) 08:01:52 노동석 dsroh@keei.re.kr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경주지진으로 신고리 5,6호기와 신규원전에 대한 지역의 반대가 고조되고, 때맞춰 개봉된 원전반대를 강력 시사하는 영화 ‘판도라’는 4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에 조기대선 정국과 맞물려 각 정당이 발표한 정강정책에서 원자력은 찬밥신세다. ‘원전비중 축소’에서 ‘원전 제로시대’까지가 각 정당 정강정책의 원전관련 키워드다. 

원전 추진여건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국내에서 원전 반대여론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국제 에너지정세도 격변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말 발표한 ‘세계에너지 전망’에서 지구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가 3.6배, 원자력도 현재보다 2.4배가 증가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20일 취임한 미국 대선 당선자 트럼트는 에너지정책에 있어서 오바마대통령과는 다른 스탠스를 예고했다. 기후변화대응과 CPP(clean power plan), 재생에너지 촉진 정책은 반대하고 가스, 석탄, 원자력 등 전통적인 전원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다.  

이렇듯 국내외 에너지정책 수립 여건이 요동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첫 번째 총괄분과위원회가 개최됐다. 

2031년까지의 설비계획이 수립될 제8차 전력수급계획은 내년에 수립될 3차 에기본의 입력이 되는 사전작업의 성격이 있고, 3차 에기본이 2035년 내지 2040년까지의 우리나라 에너지비전을 제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늘 그렇듯이 전력수급계획 수립의 기본방향에서 제일 첫째 아젠다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다. 이밖에 기본방향에는 신기술, 중앙·분산 전원 조화, 수요변화 반영, 유연한 전력시스템 구축이 제시됐다.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돼야 하는 최근여건이 망라되어 언급됐지만, 수급계획의 구체적 과업이 전원믹스 결정이라면 핵심은 원전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원전이 단위기 용량도 크고, 건설기간이 가장 장기일 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포함한 각종 논란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에너지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는 시기에 원전정책이 타전원에 비해 앞서 결정되는 것은 일종의 ‘선점효과’가 발생하므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지적은 원전비중이 적정수준을 넘어설 때 성립한다. 제2차 에기본에서 적정 원전비중은 29%로 결정됐고, 현재의 원전비중은 22% 수준이다. 여전히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도 원전정책은 계획수립의 중심이다. 

전원믹스 결정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공급 안정성(안보), 경제, 환경, 전력시스템 운영의 유연성, 안전과 입지 수용성 등이다. 원전의 경우 에너지안보나 무탄소전원으로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용성을 결정하는 핵심은 안전과 경제성이다. 안전성 향상에 대한 노력은 수용성 제고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다지 효과적인 것 같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기존 원전에 대한 안전설비 투자 확대와 신규원전의 안전성 강화, 지진발생 이후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부의 ‘지진방재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수용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원전사업자의 안전에 대한 각성과 대비, 이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각 정당의 에너지정책 토론회와 원전 밀집지역인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원전안전 토론회, 세미나에 직접 참여하여 확인한 결과다.    

정작 원전 수용성과 관련하여 걱정되는 측면은 경제성이다. 시민들은 원전이 타전원 대비 경제적인 전원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전 필요성이 높은 설득력을 가지려면 타전원 대비 경제성이 압도적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 원전의 kWh당 정산단가는 2015년 63원에서 2016년 60원대 후반으로 높아지고 있다. 마치 원전비용이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산단가는 발전원가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정산단가가 전원별로 발표되는 유일한 비용 자료이므로 이를 부정하기도 쉽지 않다. 지면을 통해 몇 번 언급했지만 정산단가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시장운영규칙에 의해 결정된다. 한전의 자회사들은 각 전원의 변동비와 조정계수에 의해 전력시장의 정산단가가 결정된다. 조정계수에 따라 정산단가는 등락한다. 조정계수는 원래 전기요금의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동시에 한전과 자회사들간의 수익조정 기능도 한다. 수익이 증가한다고 원전사업자가 즐길 상황은 결코 아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 시민들은 원전사업자의 이익 증가를 곱게 보지 않는다. 원전의 대체전원으로 거론되는 가스발전은 2013년 정산단가가 150~160원에 달했었지만 저유가의 영향으로 2015년 126원으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더 낮아지고 있다. 시민이 선호하는 가스발전과 그렇지 않은 원전의 비용 격차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지난 정부시절에는 원자력 1400MW급 1기를 가스발전이 대체할 경우 대략 2%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현재는 1%로 반토막이 났다. 즉, 몇 기의 계획 중 원전이 취소되거나 계속운전이 포기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크지 않고 추가적인 부담도 적기 때문에 원전 찬반에 대한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쉬워진 것이다. 참고로 전기소비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수준은 10% 내외다. 결국 저유가로 재생에너지 추진도 어려워졌지만 저유가는 원자력에게도 악재가 되고 있다. 

원전 경제성이 확고하다는 것을 시민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다음의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원전 발전원가는 가능한 공개되어야 한다. 전력시장의 정산단가가 높아진 것은 원전의 원가상승이 원인이 아님을 알려야 한다. 
둘째, 원전사업자 R&D 투자에 있어서 안전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위한 기술개발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에 대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셋째, 전력시장 정산조정계수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재무건전화, 에너지신산업 투자, 에너지가격 체계 조정 소요비용 등을 제외한 적정 수준 이상의 한전 및 자회사의 이익은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넷째, 원전수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내수 위축과 세계시장의 확대 전망에 따라 원전산업 활성화는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출은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우리 원전기술의 국제적 공인과 시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원전 발전비용은 더 낮아지거나 최소한 현재보다 높아지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원전 필요성은 지금보다 더 크게 약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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