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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대포장 절수형 변기 퇴출작전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474호] 2017년 11월 03일 (금) 19:59:21 한무영 myhan@snu.ac.kr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천 원짜리 아이들 과자에도 내용물의 무게가 포장에 적혀있다. 만약 내용물이 포장에 적힌 것에 비해 용량이나 성능이 적다면, 소비자들은 과대포장으로 불만을 제시하고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법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집행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2012년 이후 개정된 환경부의 수도법에 따라 신축 건물에는 절수형 변기가 의무적으로 설치되도록 하였다. 절수형 변기는 기존의 변기보다 물을 적게 사용하도록 설계된 변기로 수도법에서는 대변기 기준으로 사용수량이 6리터 이하인 것으로 정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에서는 2014년 이후 신축된 건물과 공공화장실을 찾아 실제 사용되고 있는 변기의 물사용량을 확인하였다. 국회를 비롯하여 지하철 역사, 대형쇼핑몰, 공원화장실, 대학교 건물 등 10 곳 이상에서 측정을 하였는데 측정결과 평균 11리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대형쇼핑몰에서는 무려 14리터를 사용하였다. 모두가 과대 포장된 가짜 절수형변기를 쓰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전국의 대부분의 다른 건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환경부나 담당 지자체에서는 제재를 가한 사례는 전혀 없다. 

그 이유는 첫째, 변기의 기술적 문제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사이펀식 절수형 변기는 관경이 좁아서 변기가 막히거나 잘 씻기지 않아서 물사용량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물을 적게 쓰는 변기기술은 이미 수십가지 이상의 방법이 나와 있다. 둘째는 변기에 성능표시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사용하는 변기의 성능을 체크할 수도 없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 내용물의 용량이 표시되지 않은 과대 포장된 과자를 사서 억울해 하면서도 하소연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 해결책은 간단하다. 첫째는 변기의 성능을 눈에 잘 보이도록 적어 놓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올바른 제품의 선택을 하고,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양심 있는 제조업체와 시공업체는 그것을 지키도록 노력을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에서 진정한 절수형 변기만 쓰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례로서 미국 환경보호청(US EPA) 홈페이지에서는 절수변기 회사와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물사용량 3.0~4.8 리터/회 의 초절수형 변기의 모델만 3,000여개를 소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 성능을 보고 제품을 고르기 때문에 저절로 가짜 절수형 변기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변기란 가장 깨끗한 수돗물이 가장 더러운 오염물로 바뀌는 곳이다. 물과 에너지를 잡아먹는 하마인 셈이니 잘만 관리하면 많은 예산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전국의 모든 변기를 4.5리터/회 이하의 초절수형 변기로 바꾼다면 절약되는 수돗물양은 매일 130만 톤, 상하수도 처리에 드는 에너지를 2kWh/톤으로 가정하면 매일 260만KWh의 에너지를 절약한다. 변기 교체만으로도 댐과 원전을 줄이는데 상당부분 기여할 수 있다. 국가의 탄소 감축효과도 엄청나다. 

가짜 절수형변기를 퇴출하기 위한 수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되었다. 변기에 성능표시를 하고, 제대로 감시하자는 취지이다. 생활용수의 25%가 변기용수인 것을 보면 변기 교체만으로 우리나라 물, 에너지 문제를 커다란 불편 없이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물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변기에서 물을 펑펑 낭비하고 있느냐는 외국인의 창피한 지적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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