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도시화로 불투수 포장면이 늘어나서 물순환이 왜곡돼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홍수가 발생하고, 지하수위는 낮아지고, 여름에는 도시가 더워진다. 마른 도시에서는 먼지가 풀풀 날린다. 가뭄 때에는 하천이 마르고, 농사를 짓지 못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시 관리에 대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들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처방은 단편적이다. 즉, 홍수량이 많아지면, 하수도를 증설하고, 하천 폭을 넓힌다. 물이 없으면 다른 수계에서 물을 퍼오는 시설을 만든다. 더우면 에어컨을 더 켜고, 전기가 모자라면 발전소를 더 짓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물문제가 빗물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상호관계를 고려해 함께 대책을 세운다면 더 비용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다. 따라서 ‘빗물은 돈이다’라는 생각으로 빗물을 떨어진 자리에 모아서 활용하고 남는 것만 버리는 방식으로, 도시의 모든 행정부서가 다목적의 물관리를 목표로 뭉쳐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비상 시 물의 안보나 기후변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환경부나 서울시의 경우 물순환 선도도시나 물순환안전국을 만들어 선진적인 행정을 펴고 있다. 불투수율이 증가해 물순환이 왜곡되었기 때문에 2050년까지 개발 전의 상태로 원상 복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시행중이다. 구청별로, 건물별로 빗물관리량을 정해서, 새로 짓는 시설은 그에 맞춰 물순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조례로 정해 놓았다. 시민의 측면에서는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바람직한 물순환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물순환 정책을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첫째, 물순환은 자연계와 인공계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물순환 어젠다에는 인공계 물순환은 없다. 우리나라는 평균 일인당 하루 물사용량은 280리터로서 세계에서 가장 물을 많이 쓰는 나라 중 하나이다. 물을 적게 사용하면, 상수나 하수의 운반 및 처리 비용과 그에 관련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물을 절약하는 방법과 사례는 많이 있다. 2020년까지 200리터로 줄이자는 목표는 실현가능한 수치이다.

둘째, 자연계 물순환 중 일부만을 다룬다. 비가 내리면 일부는 땅속에 들어가고 (침투), 일부는 하수구로 흘러 나간다. 땅속에 들어간 빗물은 지하수를 보충하거나 지표의 토양에 남았다가 수증기로 증발하면서 기화열로 땅을 식혀준다, 증발된 수증기는 구름이 되어 다시 비가 되어 땅에 내려오는 소순환을 반복한다. 정부의 물순환 목표는 매우 애매하다. 홍수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 같지만, 그 때문에 홍수방지시설의 용량이 줄어들지는 않으니 실속도 없이 별도로 돈을 더 내는 셈이다. 낮아진 지하수 수위나, 마른 하천, 그리고 열섬현상에 대한 정량적인 목표는 없다. 

셋째, 신축건물만을 대상으로 한다. 빗물은 도시 전역에 걸쳐 신축건물은 물론, 기존의 건축물, 도로, 산지, 공원 등에 내린다. 그 중 면적이 얼마 안되는 신축건물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빗물의 양은 토지의 면적에 비례하기 때문에 모든 관리부서에서 현실적인 목표를 할당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넷째, 물순환 방법의 선택에 합리적인 공학적 근거가 없다. 물순환 방법에는 빗물이용, 빗물침투, 옥상녹화, 침투성 도로 포장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지역의 특성, 비용, 등을 고려해 목표로 하는 성능에 맞는 가장 최적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 가령 빗물침투의 목적은 무엇인가? 유출량을 줄여서 홍수를 방지한다면 그 효과만큼 다른 홍수방지 시설을 줄여야 하고, 지하수 함양이라면 얼마나 들어가는지 실질적인 효과를 검증해야 하고, 더위를 식힐 수 있다면, 그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현재 하는 방식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평균 침투능력만을 가지고 일률적으로 적용을 하니 기술의 저하는 물론, 그 때문에 시민의 불신만 사고 있다.

다섯 번째, 유지관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기존의 집중형 시설에서는 큰 시설 몇 군데에서 관리인을 고용하면 탑다운(top-down) 식의 유지관리는 된다. 하지만 빗물시설과 같이 작은 시설이 많이 분산 배치되면 과거식의 관리방법으로는 불가하다. 대부분의 빗물관리시설이 유지관리가 안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시민 차원에서 스스로 관리, 점검, 감시를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버텀 업 (bottom-up) 식의 정책으로 보급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새로운 제도를 선도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라서 기존의 목표와 방법상에 문제가 보이고, 제도상의 보완이 필요하다. 위에서 제시된 반쪽짜리 물순환 정책에 나머지 반을 채워 조금 더 완전한 물순환을 도모하고, 실적과 성과를 쌓아간다면 세계 제일의 물순환 선도도시로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책임자의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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