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세계에너지경제학회
(iaee)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조용히 국제유가가 70달러 선을 돌파했다. 우리가 지방선거와 북한 핵문제에 바쁜 와중에 국제유가는 브렌트유를 앞장세워 2015년 이래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오르고 있다. OPEC은 감산을 지속한다고 하고, 산유국 부근의 국제정세는 그지 좋지 않다. 

배럴당 70달러의 국제원유가를 저유가라고 표현할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유수입 평균단가는 2015년 12월에 40.2달러였는데 2016년 12월에는 48.0달러를, 그리고 2017년 말에는 62.2달러를 기록했다. 연평균 10달러씩 오르고 있다. 수입단가 60달러라는 수치는 2006년에 기록했던 수치다. 그 이후 2014년까지 거의 10년 동안 고유가가 지속됐다. 실로 십여년 만의 데자뷰(deja vu)는 아닌지 두렵다. 

많은 전문가들이 셰일가스의 등장을 모두 고려할 때 현재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석유생산의 한계가격이 대략 60~70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말해 왔다. 또한 여기서 경제가 좋아져 석유수요가 늘어나면 곧바로 다시 100달러를 회복한다는 예측이 국제기구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한국이 세계 6~7위의 석유수입국이며, 국제석유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지금 저유가도 아닌데 저유가라고 이야기하면서 에너지요금을 낮은 수준으로 두는 것은 정말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세금을 적절히 부과하거나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등의 정책으로 에너지부문의 절약을 유도하고 나아가 보다 효과적인 수요관리정책을 준비하여 수입하는 에너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정말 필요할 때다. 

또한 에너지절약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특히 건물과 수송용에서의 에너지효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 아니다.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들 같이 우리나라도 21세기 초부터 에너지절약 강화정책을 준비해 시행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에너지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수요관리부분에 대해 강화된 정책을 내어놓아야 한다. 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보급은 물론 에너지가격의 점진적인 상향조정이 있을 것임을 밝혀야 한다. 

또한 에너지절약부문을 담당하는 기관의 재편도 필요하다. 이제 에너지절약부문의 일반사업은 광역자치단체에 과감하게 권한을 넘기고 대신 에너지절약에 대한 의무도 함께 부과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중앙정부는 대부분 R&D사업을 하거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뿐 직접 절약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의 경우도 정부가 관리하는 공업단지 및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산업기기나 교통부문 등의 경우를 제외하면 건물이나 지역의 이슈가 대부분이다. 독일정부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에너지효율화 사업인 LEEN (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도 중앙정부가 디자인했으나 시행은 지역단위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사업이다. 누구보다도 자기 지역의 이슈를 잘 알기 때문이기에, 그동안 숨어있던 에너지절약의 효과를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에너지가격을 최소한 원가 이상의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적절한 높은 가격은 에너지기술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며,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저절로 활성화 할 것이다. 또한 다가올 온실가스 감축의 고통을 줄여줄 좋은 준비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들이 기술개발로 재생에너지와 셰일가스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 때인 2014년에 만들어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이미 다가와 있던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과 유럽발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만들어 낼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였다. 이번 3차 계획은 그렇게 되지 않으면 한다. 첨단기술개발과 에너지절약 지원을 통하여 각 지자체들이 지역의 기업들 및 연구기관과 함께 자체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이루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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