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면 견디기 어려운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심리요법, 항우울제 등이 이용되고 있지만 그 보다는 자신의 마음 속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글쓰기(expressive writing)가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대나 파버 암연구소 환자간호연구실장 수전 바우어-우 박사는 암환자는 마음 깊숙이에 있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출하는 것을 통해 커다란 정신적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헬스데이> 뉴스가 22일 전했다.

 

바우어-우 박사는 환자는 두려움, 바라는 것 등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일기 쓰듯 아무런 제약 없이, 자연스럽게 써내려 가야 하며 따라서 구두점, 맞춤법 같은 것도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바우어-우 박사는 이런 글쓰기를 통해 마음 속에 갇혀있던 것들이 표출되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淨化)를 느끼게 된다고 말하고 유방암 등 암 환자들에게 매달 4일 30분씩 이런 글쓰기를 시킨 결과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처한 상황을 훌륭하게 극복해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환자 자신도 이런 글쓰기의 효과에 놀라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난 글 같은 것 못 써", "난 글 쓰는 재주 없어", "쓰기 싫어"라고 말하는 환자들도 억지로라도 쓰다 보면 그 효과를 스스로 느끼게 된다고 바우어-우 박사는 말했다.

 

글은 펜으로 직접 종이에 쓰거나 컴퓨터로 써도 되지만 놀라운 것은 컴퓨터 세대에 속하는 젊은 환자들 중 절반 가량은 손글씨를 택한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바우어-우 박사는 강조한다.

 

효과는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는 평소 성격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다. 감정을 처리할 수 있는 인지기능이 모자라는 10대 미만 환자는 물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에모리대학 심리학교수 로빈 피버시 박사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세상 일을 다른 식으로 생각하게 하는 방법"이라면서 깊이 생각하며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글쓰기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람의 글을 보면 '깨달았다', '이해한다' '이젠 알았다'와 같은 인지과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러한 통찰을 통해 암이나 기타 중병에 걸린 환자들이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기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어줄 것이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가 쓴 글을 나중에 자기가 다시 읽을 필요도 없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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