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핵폐기물 쌓아놓고 원전을 더 짓자니
[기자수첩] 핵폐기물 쌓아놓고 원전을 더 짓자니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03.30 0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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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원자력발전소는 핵분열 과정의 열(熱)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연탄보일러에 비유하면 우라늄 연료가 연탄이고, 원자로는 보일러다. 우리나라는 저농축 핵연료를 사용하는 경수로 원전 20기와 천연우라늄을 쓰는 중수로 원전 4기를 가동 중이다. 경수로 원자로에는 길이 4m, 무게 450kg짜리 핵연료 170여 다발이 들어간다. 중수로는 원자로 역할을 하는 수평압력관 380개에 길이 50cm, 무게 20kg 연료 4500여 다발이 투입된다. 

핵반응을 일으킨 핵연료는 연탄을 교체하듯 주기적으로 교체해 줘야한다. 경수로는 보통 1년반 주기인 예방정비 때 3분의 1을 꺼내 그만큼 새 핵연료를 채워넣는다. 중수로는 매일 약 16다발씩 밀어넣고 뺀다. 이런 방식으로 매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일명 고준위 핵폐기물은 경수로가 약 400여톤, 중수로가 약 350톤이다. 작년말 기준 국내 누적 핵폐기물 발생량은 46만9800다발, 1만6000톤에 달한다. 건설원전 4기가 추가가동되면 폐기물 양도 비례해 늘어난다.

원자로에서 방금 꺼낸 핵폐기물은 한참 달궈진 연탄과 같다. 고열과 치명적인 방사능을 내뿜어 일단 원전 내 수조(水槽)에 담가 5년 가량 서서히 식혀야 한다. 깊이 5m 수조는 푸른빛을 내는 수영장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습식저장소라 부르며 수온관리가 생명이다. 펌프를 지속 가동해 수온을 6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수조파괴나 냉각실패는 재앙이다. 핵연료가 감당할 수 없이 뜨거워져 스스로 녹아내릴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대표적 예다.

원전 운영기간이 40년을 넘어서면서 이 수조들도 포화 신세다. 전체 저장능력의 평균 89.3%가 들어찼다. 월성원전은 이르면 내년말부터 더 이상 폐핵연료를 담글 공간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오래 식힌 핵연료부터 꺼내 차폐용기에 넣고, 그걸 대기 중에서 냉각시키는 건식저장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유공간이 얼마 안남았고, 계속 임시시설(맥스터)을 늘려지을 형편도 못된다. 수십년간 원전위험을 안고 산 주민들에게 기약없이 핵폐기물 부담까지 떠안겨선 안된다.

한번 사용된 우라늄 핵연료는 플루토늄, 세슘, 스토론튬 등의 치명적 방사성 물질을 장기간 내뿜는다. 이 물질들이 자연상태로 돌아가려면 최소 수만년에서 길게는 수십만년이 걸린다. 생활공간과 철저히 격리시켜 놓는 게 그나마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다. 원전 운영국들이 지하 500m이상 천연 암반층에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짓고 싶어하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방한한 그린피스 원전전문가 숀 버니는 그런 심지층저장이 결코 안전한 방식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수백km에 달하는 지하동굴 공간은 언제든 화재와 폭발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지진이나 지하수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고 한다. 원전 선진국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소가 경고한 내용이다. 또 핵폐기물을 감싸는 구리 캐니스터가 버텨주는 기간이 짧게는 100년, 길어야 1000년에 불과하단다. 고농도 방폐물이 우리 후대들을 어떻게 위협할지는 알 길이 없다. 스웨덴이 장기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최종처분을 중단시킨 배경이기도 하다. 이렇게 처치곤란 핵폐기물이 쌓여가는데, 원전을 더 짓자고 하니 한숨이 나온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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