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쓰면 쓸수록 공기가 깨끗해진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42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궁극의 친환경에너지’란다. 우주질량의 75%가 이것이라 자원도 무한하단다.(청와대·산업통상자원부 홍보물) 유레카! 우린 왜 이제야 이런 에너지와 기술을 알아봤단 말인가. 

누군가 대통령을 단단히 망신주려 한 것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일자리, 미세먼지, 에너지전환을 골몰하는 대통령을 그럴싸한 말로 꾀여 제대로 이용하고 있다. 정녕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은 아무것도 모르는가, 그 많은 여당·청와대 사람들과 자칭 에너지전문가들도 같은 생각일까.

수소경제라는 환상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전원(정부보조)을 끄면 사라질 홀로그램에 가깝다. 그런 허상(虛像)을 만들고 유지시키는 비용을 국민이 지불하게 될까 걱정이다. 누가, 어떤 의도로 순진한 대통령을 세뇌시키고 있나.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지만, 한번쯤 귀엣말로 물어볼 사람도 주변에 없단 말인가.

이제부턴 감언이설로 위정자를 움직인 이들이 대답하시라. 도대체 그렇게 많은 수소는 어디서 가져오겠다는 건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LNG) 등에서 취할 것인가, 아니면 강물이나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만들 것인가. 전자라면 에너지효율과 온실가스 감축에 정면 위배하고, 후자라면 일의 순서가 한참 바뀌었다.

전기분해용 전기는 어떻게 만들겠다는 건가. 한반도에 연료비 ‘0원’짜리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이 남아도는 줄 아는가 보다. 그런데도 ‘쓰면 쓸수록 공기가 깨끗해진다’니, 중국 산시성 초대형 공기청정기도 울고 갈 명카피다. 세계 최고 기술로 수십만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세계 최고라는 수식의 근거부터 제시하라.

십수년전부터 막대한 보조금과 정부 R&D자금을 독식하다시피 한 연료전지는 국내서도 뒷감당이 안 되는 천덕꾸러기다. 참여정부 때 만든 수소경제 마스터플랜대로라면 국내 도로는 이미 수백만대의 수소차가 점령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기차 충전소도 태부족이다. 그때 수소차·연료전지와 지금의 그것은 무엇이 달라졌나.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과 에너지기술 선진국은 요즘 한국뉴스에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한국이 왜 저러지? 원천기술이 있나, 소재·자원이 풍부한가, 그것도 아니면 한국만 아는 미래 에너지시장이 있는걸까. 돈 들여 충전소를 짓고 인프라를 깔면 알아서 ‘세계 No1’ 반열에 오르는 걸까. 그때 가서 수소차가 찬밥신세가 되면 대통령 핑계를 댈 셈인가.

이 정도의 파격적 정책 투자라면 누구나 납득가능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목표에 도달할 것인가,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얻게 될 성취는 무엇인가. 우리보다 먼저 수소사회 운운한 일본의 전략과 속도조절의 의미는 무엇인가. 에너지전환은 산업화나 구조혁신으로 한발짝도 내딛지 못한 채 소모적 탈원전 논의에 머물러 있는데, 수소경제란 이름의 환상에 넋을 빼앗겨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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