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부는 에너지 부문에서 짐이 되지 말아야
[칼럼] 정부는 에너지 부문에서 짐이 되지 말아야
  • 조성봉
  • 승인 2020.0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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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오일쇼크 이후 정부주도형 에너지 정책은 강화돼 왔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 가격을 제한하고, 에너지 수입에 부과금을 매겨 에너지 절약, 효율 제고, 비축 등 다양한 에너지 정책사업에 들어가는 재원을 확보했다. 석유 중심의 1차 에너지를 원자력, 유연탄, 천연가스 등으로 다변화했다. 경제발전과 수도권의 확장에 따라 급속하게 성장하는 에너지 수요에 맞추기 위해 에너지 설비의 건설과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다. 공기업 중심의 에너지산업 운영에 더하여 에너지원별로 각종 계획을 입안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신인 장기전력수급계획과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도 이러한 배경하에 탄생했다. 정부 주도의 에너지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에너지 산업에 대한 진입을 억제했고 칸막이식 규제로 업종을 제한했다. 

물론 민간의 역량이 커지면서 정부도 일부 에너지 산업에 대해서는 민간의 참여를 허용하고 가격을 자유화했다. 유공의 민영화와 유가자율화는 이런 배경 하에 탄생했다. 발전 부문에 민간의 참여를 허용했고 한전으로부터 발전을 분리시키고 분할해 경쟁시스템을 구축했다. 천연가스 부문에서도 자가용에 대해 직도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에너지 산업에 대해 강력한 장악력을 갖고 있다. 공기업의 사장과 임원에 대한 임명뿐 아니라 예산과 인력규모도 통제하며 이제는 정규직, 비정규직 고용에도 간섭하고 있다.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석유공사 그리고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 등 굵직한 에너지 공기업을 통해 직접적으로 에너지산업의 설비와 운영을 감독하고 있으며 전력거래소와 에너지공단 등을 통해 전력시장, 재생에너지, 에너지 수요 및 절약부문에도 간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 능력에 한계가 오고 있다고…. 가격규제, 진입규제, 경영규제로 요약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에너지 산업의 변화추세를 감안한 장기적 로드맵이나 구조변화는 검토하고 있지 못하다. 구체적으로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은 가격규제를 지탱해 내기 위해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고 공기업의 공급물량에 차질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기관리’ 및 ‘땜빵’ 정책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도입한 배출권 비용의 SMP 반영과 발전용 개별요금제 등이 그 예다. 정부는 다양한 플레이어의 의견을 폭넓게 듣지 않고, 전력 및 가스시장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정책적 조급증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같은 정부 부처 안에서도 전력과 가스시장에 대한 분석이 공유되지 못하고 세부적 내용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이 공감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이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정책적 상품으로 제시할만한 소통능력과 전문성 그리고 장기적 안목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여건은 크게 변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OPEC이 힘을 잃고, 국제유가는 하락세이며, 국제 천연가스 시장의 구매자 우위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이 같은 에너지 공급여건의 변화는 정부의 역할에도 큰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 중국을 보면 답이 나온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모토로 기름값이 비쌀 때 무리해 가면서 8억 배럴에 가까운 원유를 비축했고 전 세계 유전에 투자했던 중국 에너지 공기업의 잠재적 부채는 천문학적인 수치이다. 언제 그 뇌관이 터질지 모른다. 

이제는 정부 주도 에너지 정책의 부작용을 생각하고 시장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펴야 한다. 수급조절의 핵심 기능은 가격이다. 에너지 가격을 점차 자유화하고 지금까지 정부가 개입하고 간여했던 교차보조와 불필요한 지원을 줄여나가야 한다. 독점구조를 개선하며, 경쟁을 도입하고, 이에 맞춰 자연독점적 공용설비(Common Carrier)도 투명하게 개방하기 위한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수급조절에 실패했던 ‘수급’계획을 더 이상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에너지 부문에서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 레이건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는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라 문제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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