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탈원전 정책이 폐지되고 원전 비중의 확대가 논의되는 가운데 신규 원전건설 부지가 검토되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원전 유치를 공개적으로 희망하는 지자체가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도시지역으로 사람들이 이사 가고 인구증가율도 줄어들어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50곳을 넘어서면서 원전 유치에 대한 지역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신규 원전 부지에 대한 이와 같은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원전 부지는 기본적으로 4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라남도 영광, 경상북도 울진 및 월성 그리고 경상남도 고리의 네 곳이다. 이 중 울진, 월성, 고리는 기존 부지의 연장으로 신울진, 신월성, 신고리 등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영광에 1-6호기, 울진에 1-6호기, 신울진에 1·2호기, 월성에 1-4호기(이중 1호기는 문정부 때 영구 정지), 신월성에 1·2호기, 고리에 1-4호기(이중 1호기는 문정부 때 폐쇄), 신고리 1-4호기 등을 건설했다. 결국 영광, 울진, 월성, 고리의 네 곳만이 원전을 지을 수 있는 부지라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이름을 바꾸어 영광은 한빛으로, 울진은 한울로, 울산시가 행정구역인 신고리 3, 4호기를 새울로 바꾸었지만 사실상 네 곳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왜 우리 원전 부지는 이 네 곳 외에는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추가적인 부지를 얻기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원전의 실제적인 위험요인과는 별개로 지역 및 인근 주민들이 갖는 두려움과 혐오 수준이 너무 컸다. 처음 네 곳에 입지를 정할 때만해도 사람들이 원전에 대해 잘 몰랐고 또 당시는 권위주의적 정부의 모습이 상당히 강해서 큰 어려움 없이 네 곳에 입지를 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문민정부 이후 새로운 원전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극히 어려워졌다. 이러한 점은 선진국도 마찬가지였다. 원전입지를 정한 후 새로운 원전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 이를 두고 ‘원전 오아시스’란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즉,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원전부지는 쉽게 추가로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는 전라남도에 6곳, 강원도에 1곳, 경상북도에 2곳 등 추가로 원전건설을 고려할 수 있는 9개의 원전 후보지가 있었다. 그런데 해당 지역의 극심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김대중 정부는 결국 9개 지역 모두를 원전 후보지에서 해제시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특히 전라남도는 수심이 낮고 유속이 느려서 원전 냉각수가 양식어업에 미치는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최근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지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천지 1·2호기가 계획되었던 영덕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새울로 이름을 바꾼 신고리 3·4호기가 있는 울산의 울주군도 신규 원전 유치를 적극 희망하고 있는데 이는 새울 1·2호기(과거의 신고리 3·4호기) 옆에 추가로 2기의 원전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전이 입지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전전년도 원전 발전량(kWh)에 0.25원을 곱한 범위 내에서 지원금을 받는다. 이는 재정적으로 큰 수입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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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의 경우 사실상 울진군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어 30년 넘게 울진군이 원전으로부터 경제적 혜택 등을 목격해 왔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원전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울주의 경우 기존의 원전 외에 추가적인 건설이 있게 되면 지원금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것이다. 한편, 영덕과 울주와 함께 기대해 볼 수 있는 곳은 강원도 삼척이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영덕과 함께 삼척에는 대진 1·2호기 원전건설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울진, 월성, 울주, 고리와 함께 삼척과 영덕 등 기존 원전에서 연결되는 지역은 원전의 추가 건설을 검토할 수 있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원전이 보인 안전성과 수익성을 기초로 기존의 ‘원전 오아시스’가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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