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숭실대학교경제학과 교수
조성봉숭실대학교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지난달 27일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전력산업연구회에서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이란 제목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본 세미나의 목적은 현실성 있는 전원구성을 하도록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력계획)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전력계획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엇인가? 수급을 맞추자는 것이다. 너무 모자라지도 않고, 너무 남지도 않는 설비를 계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력계획에서 발전설비는 남고, 모자라고를 반복해 왔다. 왜 수급을 맞추자는 것일까? 수요만 보자면 그냥 넉넉히 발전설비를 지어 놓아도 된다. 문제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 역시 전기요금에서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한테도 부담이다. 또한 발전설비를 지어 놓고 발전하지 않고 놀리면 그 발전소는 파산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수요측이나 공급측 모두를 고려하더라도 적절하게 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은 전력계획에 다른 목적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계획된 원전 건설을 취소하고 민간 석탄발전의 건설을 계획보다 지연하여 결과적으로 전력의 공급비용이 크게 상승하게 되었고 이는 한전 적자를 크게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인천대 손양훈 교수는 원전발전 비중이 대폭 줄지 않아 탈원전이 아니었다는 문재인 정부의 반론은 기존 원전의 가동만을 보고 신규로 추가되었어야 할 원전을 계산하지 않은 오류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즉, 신한울 1·2호기는 다 지어 놓고 가동을 하지 못하게 하였고,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로 시간을 지연시켜 늑장 건설 중이며, 신한울 3·4호기는 아예 착공조차 못하게 지연시켰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2년 이전에 최소한 5기(7GW)의 건설을 완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원전에 석탄설비까지 함께 고려하면 7차 전력계획에서 2021년 12월까지 계획했던 원전(28.1GW)과 석탄발전(43.4GW) 등의 기저설비는 모두 71.6GW인데 실제 2021년 12월의 설비는 60.6GW로 줄어들어 기저설비 11GW가 상실된 상태에서 2022년의 LNG 현물가격 급등 사태를 맞아 엄청난 규모로 한전 적자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10차 전력계획에서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을 충족시키기 위한 석탄발전의 퇴출과 LNG 발전량의 급감으로 더욱 그 문제점이 가속화되었다. 겉으로는 LNG 발전설비 비중을 높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속 빈 강정이었다. 2030년 발전량 23%를 담당하던 LNG가 불과 6년 후에 9%로 줄어들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의 발전량으로는 LNG 발전설비가 충분한 가동률을 보일 수 없어 전혀 수익성이 나지 않으므로 사실상 문을 닫아야만 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계속 반복되어왔던 전력계획의 본질적인 문제이다. LNG 발전설비는 크게 잡아 놓고 실제 발전량은 기저설비가 준공되는 시점에 크게 줄어들도록 하는 등 그야말로 들쭉날쭉 발전량을 잡아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5차 전력계획부터 연도별 발전량 발표를 아예 삭제해 버렸다. 이처럼 전력계획에서 줄어드는 LNG 발전량을 보고 가스공사는 장기도입 물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LNG 발전량 예측이 실제보다 크게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스공사는 비싼 스팟물량을 도입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전력시장에서 SMP를 올려서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된 것이다.

11차 전력계획에서 원전설비를 너무 크게 잡을까 걱정이다. 미리 원전물량을 선점해 놓으면 LNG 발전량은 또 들쭉날쭉이 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전력계획을 단순히 발전량에 대한 시나리오별 아웃룩(Outlook)으로 하고 나머지는 각 사업자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발전설비의 과부족도 정부가 인위로 검토하기보다는 용량시장에서 가격시그널을 통하여 제시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도 전력계획의 경직성을 피해보자는 것이다. “장기계획은 미래의 의사결정이 아닌 현재 의사결정의 미래를 다루는 것이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명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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