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이투뉴스 칼럼 /  권효재] 정부와 한전에서 노력을 기울였으나, 지난 5년간 154kV 이상의 송전선로 확충 실적은 계획 대비 3% 수준에 그쳤습니다. 계획에 따르면 35,000 c-km의 송전선로가 확충되었어야 했지만, 실제 건설된 것은 1166 c-km에 불과합니다. 한전 재정 상황에 여유가 있고, 정부가 송배전망 확충을 적극 추진하던 지난 5년의 실적이 이 정도입니다. 주민 동의 확보와 보상 협의의 어려움과 한전의 악화된 재정 상황까지 고려하면 추가 송전망 확충은 거의 없다고 전제하고 향후 전력 시장과 정책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향후 5년 동안 관련하여 5가지 사안들이 예상됩니다.
하나, 빈번한 재생발전설비 출력 제한: 기상 상태에 따라 출력이 변동하는 태양광과 풍력 설비가 늘어나면서 제주와 호남을 중심으로 발전량 기준 연간 5-10%의 출력 제한이 일상화될 것입니다. 경직성 전원인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늘어나는 재생발전설비가 제한된 송전망을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특히 호남권에서 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일사량이 좋고 부하는 떨어지는 봄가을 주말에는 30% 이상의 출력 제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니, 사업자들과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입니다.
둘, ESS 확충 노력: 송전망 확충보다 ESS 증설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고, 다양한 사업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이를 대규모로 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집행될 것입니다. ESS 설치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유연성 자원 보상 체계와 신규 시장이 도입되고, 출력 제한이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시적인 규제 완화 조치도 예상됩니다. 다만 기존 ESS 화재들로 인해 관련 안전 규정이 대폭 강화되고 ESS 설비 이용률을 사용자가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규모만큼 빨리 보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셋, 다양한 Coal to X 시도: 수명이 다 되어가는 대형 석탄 발전소들의 기존 송전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므로, 해당 부지와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도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정부와 원자력 업계의 기대대로 현재 개발 중인 혁신형 SMR이 부하 추종도 되고, 안전성도 월등히 높고,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면, 기존 석탄 발전소 부지에 SMR를 대거 배치하는 시도가 본격화 될 것입니다. 만약 SMR이 어렵다면, 수소 혼소 LNG 발전소나 암모니아 전소 발전소 등도 대안으로 추진 될 것입니다. 혹은 미국이나 호주처럼 대규모 ESS를 석탄 발전소 부지에 밀집시키고 계통의 유효 용량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시도될 것입니다. SMR, 수소/암모니아, ESS 모두 기술적, 경제적 측면의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우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유리한 방안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 태양광 보급 억제: 송전 계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태양광 설비도 출력 제한이 불가피하고, 이에 대한 보상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면, 결국 계통 운영자와 정부는 태양광 발전의 보급을 억제하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 특정 노드에 집중되는 대규모 태양광에 대해서는 인허가가 매우 어렵거나 20% 이상의 출력 제한을 감수하는 조건이 강제될 것입니다. 발전소 인근에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있거나, ESS가 확충되는 일부 지역에서만 신규 태양광 보급이 허가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들도 VPP의 형태로 계통 관리 차원에서 중앙통제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제도가 확충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 산단 열병합 발전소 건설 붐: 수도권에 신설되는 첨단 반도체 공장들은 대규모 무탄소 전력 공급이 필요하지만, 계통이 부족하므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지방으로의 대규모 공장 이전도 기업 입장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워 진퇴양난의 상황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결국 건설 투자비가 적은 LNG 열병합 발전소를 산단 내에 건설하고 향후 수입할 그린 수소 혼소 등으로 2035년 이후 탄소 배출을 대거 줄이겠다는 식의 점진적인 해결책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울한 내용들이 많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대규모 정전사태나 전력 요금 폭등 등을 피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이 강구되고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좁은 방 안에 코끼리가 있는데, 불을 끄고 배고픈 코끼리를 애써 무시한다면 결국 코끼리가 참다참다 방을 다 부셔버릴 것이고, 그 때가서 후회한들 너무 늦을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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