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SUV는 옛말…하이브리드 선호하는 소비자
경유소비량 덩달아 감소세…휘발유는 사상 최고

2022년 경유차와 전기동력차 판매량이 바뀌었다. 
2022년 경유차와 전기동력차 판매량이 바뀌었다. 

[이투뉴스] 내연기관 위기 속에서 경유차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다.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발표한 '2023년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새로 등록된 차량은 전체 174만9729대다. 휘발유차가 82만4570대(47.1%)로 가장 많았고, 하이브리드차 39만898대(22.3%), 경유차 29만2030대(16.7%), 전기차 16만2509대(9.3%), LPG차 6만7453대(3.9%), 수소차 4707대(0.3%), CNG 1204대(0.1%)가 뒤를 이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유차를 대체하고 있다. 2022년엔 처음으로 전기동력차(하이브리드·전기·수소) 판매량이 경유차를 넘어섰다.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22년 전기동력차 비중은 26.7%였는데 지난해 31.9%로 커졌다. 3명 중 1명이 친환경차를 선택한 셈이다. 반면 경유 비중은 19.8%에서 16.7%로 줄었다. 

전기동력차 성장세는 하이브리드차가 주도했다. 국산 인기모델 대부분이 하이브리드차를 내놓으면서 선택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2022년 대비 12만대가량 더 팔리면서 증감률 42.5%를 기록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주춤했다.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정체)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년대비 1.1% 줄은 16만2507대를 기록했다.

수소차는 보다 크게 줄었다. 전년보다 54.4% 감소한 4707대로 집계됐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연도별 경유차 판매량은 2016년 87만3000대에서 ▶2017년 82만1000대 ▶2018년 79만3000대 ▶2019년 65만7000대 ▶2020년 59만6000대 ▶2021년 43만대 ▶2022년 35만대로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유소비량 2019년 정점 찍고 내리막
경유차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경유소비량도 줄고 있다. 경유는 산업용, 농업용 등에서 다방면으로 사용되지만 수송용이 80% 이상이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유 소비량은 전년대비 317만배럴 줄은 1억6049만배럴을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경유소비는 꾸준히 늘다가 2019년(1억7180만배럴) 정점을 찍고 그래프가 꺾였다.

지역별 경유소비량을 보면 경기가 4016만배럴로 월등히 많았고, 경남(1408만배럴), 경북(1319만배럴), 전남(1190만배럴), 충남(1152만배럴)이 순이다.

작년 경유소비량은 2019년과 비교하면 1131만배럴 줄었다. 이는 지난해 서울지역 전체 경유소비량(660만배럴)보다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같은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 1분기 경유소비량은 3753만배럴로 전년동기 대비 231만배럴 줄었다. 

꾸준하게 늘고 있는 휘발유와는 대조적이다. 휘발유소비량은 2013년 7342만배럴에서 점차 많아지더니 지난해 처음으로 9000만배럴을 돌파했다. 사상 최고치다. 

올 3월 서울 코엑스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참관객들이 기아 레이EV를 둘러보고 있다. 
올 3월 서울 코엑스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참관객들이 기아 레이EV를 둘러보고 있다. 

◆경유차 매력 못 느끼는 소비자
디젤의 몰락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책과 시장, 인식 모든 것이 경유차를 밀어냈다.  

시작은 2015년 '디젤게이트'였다. 당시 유럽은 디젤차량을 친환경 미래차로 홍보했다. "힘도 좋은데 환경적으로도 깨끗하다"란 말을 마다할 이는 없었다. 하지만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온 사실이 적발되면서 업계는 큰 전환점을 맞았다. 비판 여론은 디젤에서 그치지 않고 내연기관 자체를 퇴출하자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2018년 국내에서 경유차를 장려하는 '클린정책'이 공식 폐기된 것도 연장선이다. 이후 경유 노후차량에 대한 조기폐차 지원이 증가하는 등 정부의 경유차량 규제가 하나둘씩 시작됐다. 

소비자 인식변화도 한몫했다. 전기차 등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굳이 경유차를 사야하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특히 2022년 5월께부터 시작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역전 현상은 이같은 분위기에 불을 더욱 지폈다.

연비를 보고 구매했는데 유류비가 더 비싸다면 구매할 이유가 없다. '디젤차의 배신'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 이유다.

최근에는 중국발 요소수 사태도 경유차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요소수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반복되면서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소비자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이미 '탈디젤'을 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5세대 싼타페를 내놓으면서 디젤 모델을 없앴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만 팔겠단 얘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젤과 가솔린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시대적 요구와 환경 규제에 발맞춰 업계도 변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22년 12월 태백 한 주유소의 유가정보판. 당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리터당 200원가량 비쌌다.
2022년 12월 태백 한 주유소의 유가정보판. 당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리터당 200원가량 비쌌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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