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처럼 ‘산업 진흥’ 아닌 ‘기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가 우선
환경단체, 새정부 조직개편 원칙 제안…부총리급 격상 주문도
[이투뉴스] 이재명 정부가 공약한 기후에너지부의 정책어젠다는 기존의 ‘신산업 육성 및 진흥’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기후에너지부 신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부 권한도 같이 강화해야 기후정의와 에너지전환, 생물다양성 보전이 동시에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시민환경경단체는 최근 기후정의와 화석연료 탈피, 생물다양성 보전, 시민참여 확대 등의 원칙이 담긴 새정부 조직개편 방향과 원칙을 제안했다.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새정부 정책방향이 모색되는 가운데 기후에너지와 환경까지 묶어 내놓은 정책제안이다.
환경단체들은 먼저 우리의 기후·환경·에너지 정책이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일관성이 부족하고 정책 충돌이 발생해 왔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 해결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과 거버넌스체계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연계한 기후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건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 기후부문을 통합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함에 있어 산업부때처럼 또 다른 신산업 육성과 부흥 부처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후에너지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업 정책의 부수적인 부분으로 다뤄지던 기후·에너지 정책을 부처 운영의 중심에 배치, 분산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의 강력한 조정 권한을 부여하고, 기후에너지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 부처 간 조정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에너지는 사회적 필수재인 만큼 이익의 공공 환원과 동시에 원전 신규건설이나 수명연장 움직임을 차단하는 등 탈핵 기조를 확고히 할 것도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권한 분리 및 조정을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담았다. 에너지 정책 관련 권한을 이관하는 과정에서 이견조율 메커니즘을 사전에 구축하고, 중복 업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한 에너지공급 부처가 아니라 전력 수요·공급을 조정하는 총괄부처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재생에너지 확대 시 효율논리 벗어나 공공성 강화 ▶에너지 전환과 함께 수요관리 병행(사회 전반의 에너지사용총량 관리 및 효율기준 강화) ▶탈핵원칙 견지 ▶에너지 정의 실현과 지역 희생구조 개선(에너지분권)도 요청했다.
기후에너지 신설뿐 아니라 환경부 역할의 명확화와 규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기후정책 기능이 이관된 이후 환경부가 생물다양성 증진과 자연환경 관리, 오염물질 저감, 자원순환 등 본연의 환경업무에 집중하도록 재편돼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각 부처로 분산된 생물다양성 관련 정책·정보를 환경부가 일원화하여 관리하도록 법적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했다.
현재 대통령 자문기구에 불과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격상해 독립성과 정책 조정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탄녹위가 전략·조정 기능, 기후에너지부는 정책집행 기능을 맡아 투트랙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을 통해 위원회에 조직·인력·예산을 부여하고, 위원장은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 관련 인·허가 및 안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발전소 운영중지 명령이나 폐쇄 결정에 대해 실질적 규제권을 행사하고,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올려야 한다는 말했다. 다만 원전 진흥과 R&D 중심으로 접근하는 행정관료만이 아닌 지역대표와 시민사회 전문가 참여를 보장해 사회적 신뢰도를 제고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시민참여 확대와 거버넌스 혁신도 주문했다. 대표 시민이 참여하는 ‘기후시민회의(가칭)’같은 조직을 정례화해 기후·환경 정책을 숙의하고 권고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후정책의 정당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시민역량을 정책에 녹여내는 거버넌스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조직개편 과정에서 부처 간 이기주의로 역할 조정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기후와 에너지의 결합 과정에서 최우선 목표가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관련산업 진흥이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통해 분산된 힘을 모음과 동시에 환경부를 재편해 전문성과 권한을 강화하고, 중앙-지방-시민이 함께하는 거버넌스로 전환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