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조명 '자원협력과 문화' ④] 식량과 비료 실고 올라가 석탄 싣고 돌아오는 날 기대

[이투뉴스 조찬제 편집위원] 북한은 지원해야 할 것은 많은데 현재로선 가져올 것이 많지 않다. 미개척지인 그곳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대북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는 구상무역의 대가로 석탄을 반입하는 수준이다. 석탄을 가져오기만 하면 쉽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북한산 무연탄의 품질, 납기, 대금지불 문제 등 북한 자체의 문제가 많기도 하고, 남한내 소비자가 한국전력, 석탄공사 등 공기업이라 입찰을 통해 구입하기 때문에 정확한 납품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런 제반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석탄 반입을 시작해 무수한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실수요처에 북한산 무연탄의 불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도 남북물류에 있어 석탄만큼 많이 반입되는 물품도 없다. 남북 해상물류는 남북한의 특수관계로 인해 여러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선박 운행방법은 국양해운처럼 인천에서 남포로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정기선이 있고 필요에 의해 수시로 운항하는 부정기선이 있다.

석탄은 정기적으로 운항하지 않고 필요에 의해 수시 운항되고 있다. 남한에서 선박을 수배해 북한으로 들여보내기도 하고, 북한 선박이 직접 남한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운항되는데 북한 선박은 선령이 25년 이상이 되어도 비교적 자유롭게 입항한다. 하지만 남한에서 북한으로 들어갈 때는 선령 제한을 받는데 통상 15년 이상은 연안해운 운송이 곤란하다.

남북해운합의서는 남북간 선박운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제정됐는데 석탄 및 고철 등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석탄과 같은 벌크(산적)화물은 선박운임이 비싸지 않아 선령이 오래된 노후선박을 이용한다. 15년 이내의 선박은 석탄과 같은 벌크화물을 실으려 하지 않는다.

부정기선은 남한측에서 수배한 선박을 북한에 보낼 때 내국연안해운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고 국토해양부의 선령심의를 거쳐 통일부장관이 북측 해운성과 협의를 거쳐야 운항승인을 해준다. 이런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현재는 북한 선박이 남포 또는 원산에서 포항으로 석탄을 실어 나르고 있다.

남북해운합의서 체결 이전에는 중국을 경유해 남한으로 가져왔다. 그래서 각종 통계에는 북한산 무연탄이 중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지금도 이와 같이 추진되는데 이는 무연탄이 관세와 부가세가 없어 남북직교역에 대한 혜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을 우회 경유해 반입하면 운항거리가 멀어 운항비용이 더 들지만 까다로운 절차와 규제를 받는 것보다 과거의 관행대로 중국을 경유해 편법 반입하는 게 훨씬 더 편리하다. 남북경협사업자인 서평에너지 역시 북한산 석탄을 남북한운항합의서에 의해 직접 반입한 적이 있다.

남포항은 선적설비가 노후돼 하루에 2500톤 가량을 선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출항일정을 잡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끝나 남포항 출항이 앞당겨졌다. 출항하면 안 되는데 오후 늦게 출항해 버린 것이다. 선박과는 교신이 되지 않아 우리측과 교신을 하려 무진 애를 썼던 모양이다.

잘 알다시피 북한과 남한은 직접 통화가 어렵다. 중국에 나가 있는 북한 단동대표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데 단동대표부가 다급하게 우리를 찾았다. 그들은 우리가 남포로 보낸 선박과 교신해야 하는데 교신이 되지 않아 선박출항을 막을 수 없었는가 보다.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하려면 남측에 통보된 날짜에 NLL을 통과해야 한다. 통과일자를 모르는 선장이 실수를 한 것이다. 자칫 남북 군사문제가 야기될 판이었다.

북한에서는 단동대표부를 통해 우리에게 연락을 취했다. 군상황실, 정보당국, 통일부에서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알고 보니 군당국이 NLL을 넘어오려는 배에 정지명령을 내리고 행선지를 물었더니 겁을 먹은 선장이 "남한이 아닌 일본으로 가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군 당국이 재차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물었음에도 "일본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고 한다.

군당국은 이 선박이 남한으로 들어오는 것을 남포항을 출항시부터터 이미 알고 있는데도 선장이 거짓말을 하니까 괘씸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선장에게 "남한으로 가고 있다고 얘기하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교신이 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군당국은 그 선박을 북한쪽 남방한계선 모지점에 정박하라고 지시하고 다음날 예정대로 남한으로 넘어오게 했다.

해군의 정지 명령에 얼마나 겁이 났으면 남한으로 오기로 되어 있는 배를 일본으로 간다고 했을까.

아직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해결해야 될 문제가 산재해 있다. 남북을 선박이 운항하기는 외항보다 더 어려운데 남북을 하나의 국가로 보고 연안해운법을 적용하고 있다. 연안해운은 내국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절차와 규제가 까다롭고, 기존 선주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남북해운사업은 아직 미개척 분야인데도 특별한 고려가 없는 점이 아쉽다. 북한에서 석탄을 싣고 오는 것은 다른 제3국보다 훨씬 더 어렵고, 선박들이 북한에 잘 들어가려 하지 않고 운임도 훨씬 비싼 편이다. 그것은 북한지역이 위험할 뿐더러 항만시설도 노후화돼 있고 선박 교신과 보험이 어렵기 때문이다.

남북간 직통 전화가 개설되어 있지 않고, 남한의 화주가 북한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북한에 선박이 들어가도 화물을 정확히 얼마나 실었는지 알 수 없다. 품질에 문제가 생겨도 보상받을 방법도 거의 없다. 또 납기가 일정하지 않다. 석탄같은 경우 주 수요처가 공기업인지라 입찰에 의해 계약이 성사되는데 북한은 그런 납품 일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석탄이 내려오지 않고, 필요 없을 때 너무 많은 석탄이 내려와 재고 처리가 어려운 때도 있다.

북한에 들어간 선박이 한 달 가량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다. 중국을 경유한 석탄수출을 금지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들여보낸 선박을 한 달 가량 석탄을 실어주지 않고 세워둔 것이다. 선주와 용선주는 이런 이유로 북한에 선박을 들여보내는 걸 꺼려하고, 운임을 더 요구하는 것이다.

여하튼 남북한 간에 석탄만큼 많이 거래되는 화물은 없다. 남한은 발전소, 제철소, 시멘트 회사에 사용되는 유연탄 9000만톤을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서민연료로 사용되는 무연탄도 이제 북한,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라 남북한 간의 석탄 무역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정치 및 군사적인 남북 관계가 아무리 어려워도 경제적인 접촉과 거래는 지속돼야 하는데 서로가 필요로 하는 물품거래가 있다면 이것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게 좋을 것이다. 지금은 북한 선박이 석탄을 싣고 포항으로 자주 내려온다. 북한 선원들은 신변의 불안을 느끼는지 모르겠으나 그들과 만나 얘기해 보면 외적으론 전혀 그런 동요가 없다.

우리 선박과 선원들도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한다. 우리 선박으로 식량과 비료 등을 실고 올라가 내려올 때는 석탄을 가득 싣고 내려오는 그런 날이 조만간에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철도로 석탄을 실고 내려와 발전소, 연탄공장에 직접 운송한다면 남북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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