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16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백화점 사장으로 등장한 주인공 김주원(현빈 분)은 자신의 부하직원의 기획안을 받아들며 이렇게 말한다.

최근 한 조찬강연회에서 연사로 나선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출 유망사업으로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을 꼽았다.

박 차관은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는 현지 정부가 돈을 다 대주고, 여러 경제 협력분야 패키지가 함께 묶여 성공할 수 었었던 아주 특별한 케이스”라며 “원전건설은 대부분 건설비의 70% 가량을 PF(프로젝트 파이낸싱)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위한 거대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추가 원전 수출을 위해선 PF가 필수적이라는 말인데, 한전 등 원자력계 관계자들은 박 차관의 이 같은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어느나라도 원전건설에 PF를 도입한 적이 없다는 점이 그 이유다. 만약 터키원전을 우리가 수주하게 된다면 전 세계에서 원전건설에 PF를 도입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건설은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한데 금융기관 구조상 PF를 원자력에 접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원전건설은 사고 등 위험성이 내재돼 있어 리스크가 뒤따르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쉽게 자금을 대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UAE는 정부에서 돈을 다 대줘 수주가 가능했다”며 “차기 수출국을 선정할 때도 이처럼 자금력이 있는 국가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행히도 한전은 인도나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차기 수출 유망국으로 꼽고 있다. 이들 국가는 원전건설 비용을 스스로 낼 수 있다고 한다.

수출 공적에만 눈이 멀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원전 수출은 곤란하다. 원전 수출은 어쨌든 장사다. 이윤이 남아야 하고, 그 돈을 거둬드릴 수 있어야 한다.

한편 박 차관은 “최근 터키원전 수주를 두고 국민들이 걱정이 많은데 이처럼 거대한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원전협상은 6개월간 이뤄지곤 하는데 일본과 협상을 진행중인 터키는 오는 5월께 한국과 재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어떤 성과를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당초 낮은 전력판매단가를 제시했던 터키가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모르는 상황인터라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사상 첫 PF 도입 원전건설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우리 정부가 PF라는 단꿈에 젖어 헛물만 켜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성수 기자 anthony@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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