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밸리 붕괴…경쟁력 확보 차원 보호무역 논의

[이투뉴스] 원자력 산업 전문가들이 원자력발전을 기반으로 세계를 도안하던 1970년대, 풍력발전은 대형화가 어려워 보였고 태양광발전은 공상과학 소설에 더 어울리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덴마크 대안 교육 프로그램인 트빈드(Tvind)가 원전의 대안으로 풍력발전을 실험했던 '트빈드 풍차(Tvind Muhele)프로젝트' 이후 풍력산업은 현재까지 무수한 진화를 이뤄가고 있다.

태양광발전도 마찬가지다. 효율 4%에 머물던 1950년대 중반과는 달리 현재 설치되는 모듈의 효율은 전반적으로 20%를 바라보고 있다. 이는 1950년대 학계가 전망한 최고치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의 중심에는 독일 정부의 연구정책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들이 비터벨트-볼펜(Bitterfeld-Wolfen) 지역 주위에 육성한 독일의 솔라밸리가 산업화를 견인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큐셀(Q-Cells)의 성공신화와 몰락이 있다.

◆큐셀의 몰락…독일 태양광 산업의 흔들

지난 3일 지방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한 큐셀은 과거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했다. 1999년 19명으로 시작해 오늘날 3000명이상의 근로자와 6개의 계열사를 운영하기에 이른다.

이들이 위치한 비터펠드 볼펜 지역은 유럽 태양광 산업의 메카로, 작센안할트(Sachsen-Anhalt) 연방 주정부와 인근 동독 주정부들이 공들인 주요 산업 프로젝트다.

이런 솔라밸리가 무너지고 있다. 큐셀만이 아니다. 독일 모듈 업계를 선도하던 솔론(Solon)은 지난해 말 파산을 선언했다가 아랍자본을 통해 구원받았고, 큐셀과 솔론의 부진과 함께 부상했던 솔라월드(Solarworld)도 많은 경제적 문제에 봉착했다. 

보쉬(Bosch)는 태양광 산업과 관련한 자회사 알레오 솔라(Aleo Solar)를 통해 위기를 나타냈다.

코너지(Conergy) 역시 오래전부터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이며, 이외 많은 중소규모 제조 기업들도 실제로는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파산에 직면했거나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다.

◆태양광 핵심 산업인 모듈 산업의 붕괴

태양광 모듈 제조를 위해서는 먼저 순도 높은 실리콘을 엷게 저며 태양전지에 덧입히고, 손바닥 크기 전지에 전선을 접속, 유리판 아래에 부착한다. 그리고 안전한 프레임으로 고정하면 완료되는 이 모듈의 제조과정은 태양광 산업에 있어 핵심이다.

▲ <출처 포톤(photon)>
태양전지 제조 기업 톱10에서 독일 기업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독일 태양광 전문지 <포톤(Photon)>에 따르면 '2011 태양광 공급능력 톱10'에 이름을 올린 독일 기업은 파산한 큐셀이 유일하다. 중국이 4개, 대만이 2개 기업, 나머지 미국, 일본, 캐나다가 1개 기업씩 이름을 올렸다.

이 영역의 몰락은 태양광 산업 전반의 몰락을 의미할 수 있다. 태양광 설비 제조 산업의 경우도 전쟁이다. 센트로썸(Centrotherm Photovoltaics)은 최근 중국 기업들이 주문을 멈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술력을 이유로 독일 기업들을 주목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평가이며, 제품 선택의 근거로 가격이 크게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의 경우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바커(Wacker Chemie)는 세계 두 번째 폴리실리콘 기업으로, 생산된 제품의 4분의 3이 추가 가공을 위해 아시아로 판매된다.

설치산업의 경우, 독일은 태양광 설비를 계획하고 자금을 모으고 발전소를 디자인하는 작업에 많은 노하우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많은 프로젝트 기획자들은 최근 외국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존은 결국 독일 현지 설치 물량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그들이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이며, 독일의 성과에 따라 각국 정부들의 패러다임 변화가 속도를 붙일 것이기 때문이다.

◆솔라월드, 미국에 이어 EU위원회에도 中기업들 관련 논의 제기 

위기의 원인으로는 역시 지속적인 보조금 삭감이 우선 지목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는 절반의 원인일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독일 그로스 뱅크(Grossbank)의 한 애널리스트는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어터 룬드샤우>와의 인터뷰에서 "태양전지와 모듈의 현 가격 구조를 고려할 때, 독일 업체들은 더 이상 가치가 없다"며 "독일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은 자신의 목줄을 조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가격 구조는 아시아, 무엇보다 중국 제조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저렴할까. 첫 번째 이유로 중국의 저렴한 임금이 꼽힌다. 이외에도 저렴한 원가, 낮은 에너지 사용요금, 상대적으로 적은 환경세 등이 원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가 신용 대출을 주목한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 대부들은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예산을 이용, 세계시장에서 기업의 세력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솔라월드는 미국에서 이를 불공정 거래라고 지적했고, 이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현재 EU위원회에도 이를 논의 안건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독일 언론들은 중국 제조업체들과 맞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이를 주시하고 있다.

◆자본 중심 자유경쟁 시장 VS 보호무역

자본 중심의 자유 시장 경쟁도 지적되고 있다.

큐셀이 파산을 선언한 지난 3일 독일의 유력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중국 업체들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기능하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며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없었다면, 큐셀의 성공신화는 유지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가장 창조적이며 유력한 해결책으로 '보호무역'을 언급했다.

첨단공학 산업의 경우 몇몇 기업들은 모든 경쟁자들이 자본을 소진할 때까지 시장에 가장 저렴한 제품을 공급한 후 제품 생산량을 조절해 가격을 상승시켜 시장을 독식한다. 기술력이나 기획력보다는 자신들이 보유한 자본 능력을 이용, 산업을 지배한다.

독일 언론들은 철저한 자본 중심의 시장 경쟁에 갇힌 태양전지 산업을 우려하며 독일 정부 역시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보조금 삭감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기되는 주요 근거가 설비 가격의 하락이기 때문이다. 출혈경쟁에 정부 지원축소가 더해져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 일각에서는 자유 시장경쟁 신봉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은 스스로 질서를 회복할 것'으로 믿고 있는 사이, 독일 태양광 기업들 모두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 우려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보호무역'에 대한 주장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독일, 새로운 스타를 필요로 하다

아울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스타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헤센 북부도시 카셀에 위치한 SMA가 현재로선 대표적이다. 인버터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이 기업은 지난해 17억개의 제품을 판매하며 24억유로를 벌어들였다.

5500명의 근로자들과 함께 하는 이 기업은 독일 경제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SMA 역시 아시아 기업들의 도전을 받게 될 것이며 이 경쟁에서 승리해야 권자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독일에서 풍력 발전은 아직 성공신화를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 챔피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분적이기는 하나 중국 설비들은 아직 기술적 신뢰도에서 뒤쳐져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아직까지다.  

<프랑크푸르트=길선균 기자 yupin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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