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의 유일한 여성CEO…휴머니티와 삶의 질 중시 '볼보와 닮은꼴'

볼보자동차 코리아의 이향림  대표는  스웨덴의 대표차 볼보와 많이 닮았다. 'Volvo for Life'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볼보는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만들기 보다는 친환경, 안전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인간과 함께  하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유일한 여성 CEO인 이향림 대표는 휴머니티와 삶의 질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볼보 사람'이었다.
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난 이 대표의 첫 인상은 다소 차가왔다. 여기에 과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데 1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그의 초고속 승진 이력은 그를  더욱더 차갑게 보이게 했다.
그래서 그에게 CEO로서 갖고 있는 소신과 철학을 물었다. "거창한 철학 같은 것은 없다"고 시작한 그의 답변은 '성과를 우선시하는 차가운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즐거운 일터, 스트레스 없는 일터가 좋은 일터죠. 각종 인간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능한 한 제거해야 해요. 돈을 벌러 다니는 일터가 아니라 즐거운 삶이 돼야 해요. 이런 점을 사장으로서 항상 유념하고 있어요."
그럼 볼보는 어떤 차일까?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차'를 설명하는 것으로 볼보를 소개했다.
의 "차 안에 있는 시간은 나의 인생이에요. 따라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차를  생각하면서 차를 만드는 회사가 세련된 회사죠. 볼보 안전, 친환경  가치는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것들이에요."
이같이 이 대표와 볼보는 닮았다. 어찌보면 CEO가 소속 회사의  지향점과  발을 맞춰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여성 CEO로서, 중학생 딸아이를 둔 엄마로서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는 과정에서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보다는 그 경쟁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이화여대 생물학과 출신으로 한때 의사와 분자생물학자를 꿈꿨던 그였으나,  전공과는 관계없는 회계.재무쪽 일을 담당하다 보니 전문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배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했다.
특히 만삭의 몸으로 연세대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마쳤으며, 육아를 위해  3년간 가정주부로 있으면서도 주변의 권유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통해 외국 법인의 회계처리 업무를 돕기도 했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 재무 컨설턴트로 직업 전선에 다시 뛰어든 이 대표는 1997년 볼보트럭 코리아에 입사하면서 그야말로 '성공한 여성 CEO'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그 비결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대학생 때 하루 2-3시간씩 AFKN을 청취하며 홀로 갈고닦은 영어실력과 오랜 경험에 근거한 재무적 감각 보다는 조직 내부에서의 인간적.문화적 소통과 이해를 강조했다.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훌쩍 사춘기 소녀로 성장한 딸과의 교감 부족이  그것으로, 그는 "동갑내기인 남편에게는 부채의식이 별로 없지만 아이에게 만큼은  부책의식이 많고 영원히 부채의식을 가질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만약에 딸이 당장 직장을 그만두라고 하면 당장 그만둘 수도  있어요.  그동안 명예와 성공을 위해 달려온게 아니라 일이 좋아서 뛰어온 것이고, 사장이라는 위치 보다는 딸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라는 말도 그 연장선이었다.
다만 이 대표는 요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사춘기를 맞은 딸아이와 교감을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며 요즘 아이들이 쓰는 용어를 '공부'하고 있고, 남녀관계, 정치현안, 철학 등 대화의 소재를 점차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언젠가 딸아이한테 물어봤는데 '엄마가 일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구요"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제 그에게는 남은 숙제가 있다.
직장에서는 볼보의 '안전한 차 = 지루한 차'라는 등식을 깨고 볼보에 높은 점수를 주는 고객층을 두텁게 만드는 일이고, 가정에서는 딸에게 행복하고 강하고  당당한 엄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아시아지역 8명의 볼보 CEO를 대상으로 한 종합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한 이 대표, 그리고 그 비결을 '인간적인 소통과 이해'로 꼽은 그에게서 인터뷰 말미에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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