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운 기자의 프레스콜 현장④]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5월 31일까지

[이투뉴스]  연극 <유럽블로그>는 5년째 유럽 장기여행을 하며 여행자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종일(김수로/채동현 분), 오래된 여자친구를 떠나 보내려는 동욱(김재범/성두섭 분), 떠나가는 사랑을 붙잡으려 길을 나선 석호(이규형/조강현 분)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음악극이라는 점이다. <유럽블로그>는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내내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배우들의 노래가 함께한다. 배우들의 기타 연주와 노래는 안정적이다.

젊은 남성이 유럽 여행 중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은 여행에 대한 낭만을 돋구기도 한다. 특히 음악을 통해 파리, 루체른, 피렌체 등 다양한 배경 도시를 표현하겠다는 의도가 신선하다.

그런데 음악에 너무 몰두한 걸까. 스토리와 캐릭터는 별 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이재준 연출가는 여행 음악극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인디아블로그>와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드라마와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이라고 답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여행 중 동욱과 석호가 겪는 에피소드들은 유럽 배낭여행에서 흔히 겪을 법한 일들이다. 일상적인 일을 적절한 극적 요소로 활용할 경우 관객에게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만 흔한 일을 밋밋하게 전달하면 혼자 쓰는 일기에 그치고 만다.

<유럽블로그>에 나오는 대부분의 에피소드와 이야기 방식은 후자에 가깝다. "여기는 유럽. 오늘은 뭘 했다"식의 반복되는 싱거운 전개는 마치 배우와 제작진이 본인들의 유럽여행기를 남기고 싶은 욕심이 지나쳐 만들어진 공연 같다는 인상마저 준다.

파리에서는 몽마르뜨에 가야 하고 스위스에서도 컵라면을 먹을 수 있으며 피렌체에서는 두오모에 올라봐야 한다는 내용은 여행 정보 책자나 여행 블로그에서 만날 때가 더 반갑다.

"여행의 묘미는 완벽한 지도 덕분에 매사가 계획대로 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거친 약도 때문에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생기는 뜻밖의 만남에 있다."

<유럽블로그>의 작품 의도 중 일부다. 앞길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유랑자 같은 여행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런 공연은 매력이 없다. 관객 참여형의 몇몇 공연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연은 촘촘한 구성과 연출 아래 진행될 때 더욱 빛난다.

이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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