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가구 빈곤층 해소 에너지정책

상대가격 체계 정액으로 지원해야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참여정부 들어 에너지복지란 말이 새롭게 등장했다. 사회적 약자가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전체가구 중 7.8%, 120만가구로 추정되는 에너지빈곤층을 향후 10년간 해소한다는 비전을 수립하였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에 대하여 전기요금을 할인하고 혹서기·혹한기에는 전기공급 중단을 유예하며 사회복지시설에 대해서는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을 적용하고 열요금을 감면하고 있다. 단전가구에 대해서는 소전류를 제공하며 영구임대 아파트에 대해서는 지역난방 기본요금을 전액 감면하고 있다.


또한 도시가스 공급중단 유예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하고 그 공급중단 유예기간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하여 에너지 공급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에너지재단을 설립하였으며 연간 약 4,481억원 규모의 저소득층 에너지지원 및 중단유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이와 같은 에너지복지 프로그램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조명용 에너지나 겨울철 난방용 에너지는 최소한의 생활을 위하여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목적을 갖고 있는 에너지복지도 에너지의 상대가격체계에 왜곡을 주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추진되면 에너지 소비구조를 왜곡하여 많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일례로 현재 정부는 연탄의 최고판매가격을 계속 저렴하게 유지하여 저소득층의 난방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연탄요금이 싸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연탄보다 편리한 도시가스나 석유 등의 연료를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낮은 연탄요금으로 인하여 저소득층과는 관계없는 찜질방이나 목욕탕 등을 비롯한 일반소비도 크게 늘어나서 정부가 부담하여야 할 연탄가격과 생산원가와의 차액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것보다는 차라리 연탄을 소비하는 저소득층에 대하여 그 사용량만큼의 비용을 정액으로 지원하는 것이 훨씬 좋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은 필요하다면 스스로 편리한 에너지인 도시가스로 전환하게 되어 에너지소비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 결국은 국민들이 물어야 할 불필요한 정부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과 농사용 전기요금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농사용 석유류에 대한 세금감면으로 인하여 농촌에서의 석유소비가 비농사용으로 전용되는 사례가 발견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가격체계는 왜곡하지 말고 정액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에너지복지를 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서 다른 소비자를 지원하는 가격체계를 통하여 해결할 경우 에너지도 놓치고 복지도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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