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 알뜰주유소 1년 만에 기름값 바닥 친 제주도
[현장을 찾아서] 알뜰주유소 1년 만에 기름값 바닥 친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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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애 기자
  • 승인 2014.09.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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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평균판매가 ℓ당 1998원->1802원으로 뚝
제주 지역 내 알뜰주유소가 기준가격 역할 톡톡

▲ 제주도 제주시 한 알뜰주유소 전경. 이날 제주시 알뜰주유소들은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90원으로 형성됐다.

[이투뉴스] 제주도는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기름값이 높았다. 섬 지역에 '고립된' 제주도민들은 오랜기간 대안도 찾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제주도에 알뜰주유소 1호점이 들어섰다. 1년2개월이 지나고, 알뜰주유소는 31개가 됐다. 이제 제주도의 기름값은 전국 평균가를 밑돌 뿐만 아니라 전국 최저지역과 순위를 다툰다. 제주 지역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그 현장을 취재했다.

"기름값이 만년 전국 16개 시ㆍ도 중 꼴찌였는데 최근에는 3등도 하고, 2등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제주도의 기름값이 전국 평균가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도민들의 항의가 쏟아 졌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다리를 쭉 펴고 잡니다"

지난 18일 제주도청에서 만난 김홍두 제주도 에너지산업과장은 알뜰주유소 도입 후 유류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며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마음이 편한 사람은 김 과장 만이 아니다. 같은 날 알뜰주유소 제주지역 간담회가 마련된 제주시 도라지식당에 모인 11명의 제주지역 자영알뜰주유소 사장들 역시 "알뜰주유소로 전환 후 종전보다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도의 알뜰주유소 도입 배경은 타 시·도와 많이 달랐다. 제주도청이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석유공사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그 뒤에는 도민들의 들끓는 민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알뜰주유소 도입, 기름값 전국 만년 꼴등서 2~3위로 '껑충'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10일 제주시 구좌읍에 제주 알뜰주유소 1호점인 평대주유소가 문을 열었다. 당시 제주도는 "기름가격이 묘했다" 주유소 별 가격차가 거의 없고, 평균 가격은 매우 높았다. 제주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003원이었고, 평대주유소가 있는 제주시는 전체 135개 주유소 중 90개가 1995원으로 동일했다.

평대주유소는 제주도 평균 가격보다 83원 낮은 1920원으로 포문을 열었다. 1920원은 당시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에 맞춘 것이다. 제주도가 전국 평균 가격보다 83원이나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시에 주목되는 점이 있다 같은 날 평대주유소 인근 주유소인 구좌농협주유소(현대오일폴)와 중앙주유소(SK폴)의 변화다. 전날까지 1995원이던 두 주유소는 불과 하루 만에 평대주유소보다 5원 낮은 1915원으로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하루만에 80원을 내린 것이다. 육지의 경우 주변 주유소가 이처럼 극렬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기는 드물다. 이날의 변화는 이후 제주 지역의 분위기를 예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평대주유소 개소 후 1년2개월이 지났다. 2014년 9월 현재 제주도에는 알뜰주유소가 31개(자영알뜰주유소 15개, 농협알뜰주유소 16개)로 늘었다. 알뜰주유소는 1년여 만에 310%나 늘어나고, 제주지역 전체 주유소(203개)의 15%에 이를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같은 기간 제주 지역 기름값은 어떤 변동을 보였을까. 무엇보다 큰 폭의 가격 하락세가 눈길을 끈다. 1호점 개소 때 전국 평균가(2003원)보다 휘발유 가격이 ℓ당 83원이나 높으며, 서울(2007.61원) 다음으로 높았던 것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9월 3주 기준 제주도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02.83원이다. 전국 평균가격인 1814.58원보다 11.75원이나 저렴하며, 서울(1908.66원) 보다는 105.83원이나 낮다. 이제 제주도의 기름값 순위는 최고가를 기록하는 서울이 아닌 전국 최저가, 만년 1등인 대구와의 비교가 더 잘 어울린다. 최근 제주도는 대구의 뒤를 이어 2~3등을 차지하는 일이 늘었다.

◆가격하락, 표면은 주유소 간 경쟁이지만 내막은 정유사·대리점 간 경쟁

▲ 제주시 광동 알뜰주유소 홍영준 사장은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초기에는 정유사폴 주유소를 운영할 때보다 판매량이 4~5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요즘은 판매물량은 2~3배 정도며, 정유사폴 주유소를 운영할 때와 비교해 마음이 매우 편해졌다고 한다.
"ℓ당 10원을 내리면, 다음날 주변 주유소들이 따라 내려요. 다시 5원을 내리면 하루 지나 또 같은 가격이 돼요" 홍영준 광동 알뜰주유소 사장이 말했다. 나머지 알뜰주유소 사장들도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제주도 기름 값이 전국 평균가보다 11.75원 저렴하고, 서울보다 105.83원이나 낮아진 것은 제주도 내 주유소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해진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귀포시 일주서로 27의 초원주유소의 경우, 주유소에 도달할 때까지 2km여의 직선 도로가 있다.  그 도로의 상ㆍ하차선에 11개 주유소가 있는데, 초원주유소가 가격을 인하하면 이들 모두가 똑같이 가격을 인하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난다.  

이 같은 가격 인하 도미노 현상에 대해 한 알뜰주유소 사장은 "정유사, 대리점들이 자사 정유사폴 주유소에 '알뜰주유소 가격에 맞춰 판매하라'고 독려한다"며 "주유소가 알뜰가격에 맞춰 물량을 빼면, 정유사와 대리점이 해당 주유소에 ℓ당 어느 정도의 이익을 보전해 준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 제주 지역은 기름 가격 경쟁에 불을 지피는 이슈가 많다. 우선 제주도내 주유소들의 정유사 폴 변경이 활발해 졌다. 각 정유사 영업사원들이 "알뜰주유소 공급가격과 동일하게 맞춰주겠다"며 타정유사 폴 주유소 사장들에게 손을 내미는 게 그 배경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농협알뜰주유소로 이름을 변경한 농협주유소가  지난 8월1일 현대오일뱅크와 새롭게 맺은 공급계약 가격이 전보다 좋아져 가격 인하 여력이 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같은 시기 제주 지역에 신규 진입한 대리점이 기존 대리점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는 분석도 있다.

이경실 제주도청 에너지산업과 계장은 "최근 제주도 내 주유소 간의 경쟁 심화와 기름값 인하는 주유소들이 마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정유사와 대리점 간의 경쟁이라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주 지역이 오랜 기간 많은 에너지 비용이 들고, 또 알뜰주유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육지와 달리 섬인 제주도는 정유사 간 경쟁없는 과점시장을 형성해 왔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제주도 내 주유소의 50% 이상이 정유사 직영·임대 운영중인 주유소인 것이다.

하지만 알뜰주유소라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제주도 내 정유사와 대리점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김영천 석유공사 유통사업처 부장은 "제주 지역 내에 알뜰주유소 선정 시 평가항목에 지리적 안배 부분도 포함시켜 알뜰주유소가 5km 마다 한 곳씩은 자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5km 마다 한 곳씩 자리한다는 것은 제주 지역 내 어디서든 알뜰주유소로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알뜰주유소에서 주유하려는 운전자가 적어도 거리 문제로 포기하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유사 폴 주유소가 알뜰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구도가 된 셈이다.

▲ 지난 18일 제주도 제주시 도라지 식당에 모인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제주지역의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두 달에 한번씩 만나 시장 변화 및 알뜰주유소 운영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한다.

◆10월 제주 지역 알뜰 자영주유소 새 입찰이 변수  
오는 10월 석유공사가 에쓰오일과 맺은 제주 지역 내 알뜰 자영주유소 공급 계약이 완료된다. 새로운 입찰을 통해 새 공급사를 찾아야 하는 갈림길이다. 새 입찰을 앞두고 제주 지역은 차분하지만 긴장된 분위기다. 알뜰주유소 도입 1년, 효과는 분명하지만 이후 공급사와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한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교중 석유공사 유통사업팀장은 "제주는 현재 많은 정책 효과를 보이고 있다. 1년 2개월 만에 제주지역의 기름값 인하효과는 뚜렷하다. 한번 떨어진 가격은 다시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시장은 계속 변한다. 현재 정책이 달성됐다 해도 변화의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제주 =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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