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요즘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전력분야 화두는 도매시장가격(SMP)의 하락이다. SMP하락으로 민간 가스발전과 신재생발전 사업자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고, 한편으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느라 아우성이다. 반면 한전은 고통의 시간이 지나갔다고 안도한다. 소비자들은 전기요금이 조정되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일이다.

SMP는 kWh당 2013년 152원에서 작년 144원, 금년 들어서는 120원으로 떨어졌다. 2년만에 20%가 하락한 것이다. 매출액을 기준한다면 가스발전소의 경우 감소폭은 더욱 늘어난다. 단지 가격만 하락한 것이 아니라 발전량 감소가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유와 전망, 대책에 대해 따져보려면 방대한 자료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개략적으로라도 몇 가지 짚어볼 필요는 있다.

첫째, SMP는 왜 하락하는가? 혹자는 셰일혁명의 원인으로 에너지가격의 하락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국내 가스가격은 하락하지 않았다. 유가하락의 영향은 아직 우리나라에 도착하지 않았다. SMP 하락은 가스발전의 특성과 전력수요의 부진, 전력공급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가스발전은 변동비가 높고 출력 증감이 용이한 특성으로 전력부하의 첨두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다. 첨두설비의 발전량이 수요나 공급구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2000년 이후 예측 대비 실적이 항상 웃돌았던 전력수요 증가세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둔화되었다. 5차와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예측한 지난 3년간(2013∼2015년)의 연평균 전력수요증가율은 각각 2.8%, 3.2%이었다. 그런데 실적은 고작 1.6%이었다. 전력 소비구조가 변화했다고 단정할 증거는 아직 없지만 예상 보다 낮은 소비증가는 초유의 일이고 SMP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수요부진 보다 SMP 하락의 더 큰 원인은 공급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지표를 생각할 수 있지만 가스발전소의 이용률로서 공급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자. 2005년 가스발전의 이용률은 40% 수준이었다. 이후 전력수급이 빡빡해지자 가스발전 이용률은 점차 높아져서 2012년 65%까지 상승한다. 기억하는 바와 같이 2012년은 저예비율로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원전비리, 불량부품 사용 등의 원인으로 원전 이용률이 70% 중반으로 급격히 하락한 해이다. 가스발전이 최고의 호황을 누린 것이 불과 3년 전이다. 원전 이용률이 86%로 회복되고 수요증가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2014년의 가스발전 이용률은 46%로 감소했다. 금년에는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원전 등 기저전원의 준공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스발전의 이용률 감소는 아주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 온 것이다. 2002년부터 6번에 걸쳐 수립된 전력수급계획에서는 미래의 가스발전 이용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예상했다. 계획수립 마지막 년도의 이용률 중 가장 낮은 것은 4차 계획의 16.9%이고 그나마 높게 추정된 것이 3차 계획의 33.9%이었다. 정부가 가스발전의 수익감소에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부가 책임을 지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 가능한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정부는 가스발전의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미 반복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둘째, 미래의 SMP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는 없다. SMP는 전력수요전망, 수급구조, 에너지가격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한 미래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수급계획에 기초한 SMP 전망은 지금보다도 훨씬 낮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력수요 증가율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예비율 수준이 2000년대 중반 5% 내외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6차 계획에서는 원자력과 석탄으로 구성되는 기저설비의 비중은 2014년 50.4%에서 2024년 63.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정부의 기저설비 비중 확대 의지는 전력수급의 안정성, 경제성과 온실가스 대응 등의 복합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기저설비의 확대는 가스발전의 이용률을 낮출 것이고 가스발전의 SMP 결정 시간수도 감소시키게 될 것이다. 더구나 셰일혁명에 의한 에너지가격 하락이 우리나라에도 곧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며 적어도 몇 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근거해 볼 때 SMP는 향후 상당 수준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SMP 하락에 따른 민간 가스발전과 신재생 사업자들에 대한 대책은 없나? 민간 발전사들이 요구하는 대책은 용량요금(CP)의 현실화 내지 정부승인 차액계약(VC: vesting contract) 대상에 가스발전을 편입하는 것 등이다. 어느 방법이 더 좋을까?

현행 전력시장 정산방식은 CBP(변동비 반영시장)+조정계수의 형식이다. 2014년 법 개정으로 발전기들은 CBP+조정계수 또는 VC로 변경된 시장규칙을 적용받게 된다. 법 또는 규정상 민간 가스발전은 이 두가지 방식 어느 곳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즉, 조정계수가 반영되지 않는 CBP의 정산방식이 앞으로도 지속 적용된다. 그렇다면 적자사업으로 내몰린 민간 가스발전은 CP 조정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의 지식경제용어사전에 CP는 “신규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가동이 가능한 발전설비에 대하여 실제 발전 여부와는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수준으로 지불되는 요금이다.”로 설명하고 있다. 사업자의 수익구조 상 CP는 발전소 건설에 투자된 고정비 회수의 주요 원천이다. 지금은 kW.h당 평균 7.46원이 지불되고 있다. CP 기준단가는 OCGT(open cycle gas turbine)의 건설비를 기준하여 계산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피크전원 중 OCGT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질적인 피크전원의 기능은 가스복합발전(CCGT: combined cycle gas turbine)이 담당하고 있다. 만일 CCGT를 피크전원으로 인정하고 CCGT의 고정비를 기준하여 CP를 계산한다면 단가는 대략 약 2원여 인상되어야 한다. 

용량요금을 지불하는 이유가 신규투자 유도 내지 적정한 예비력 확보에 있다면 외국의 전력시스템에서 채택하고 있는 용량시장의 개설도 생각해 봄직하다. 이 경우 적정용량의 확보 의무는 전기 판매사업자에게 부과되는 것이 당연한데 우리로서는 한전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만일 용량시장이 개설된다면 한전이 단일 판매사업자로서 적정수준의 용량가격을 정할 수 있을까? 또는 발전설비의 80% 이상을 가진 발전회사들의 모회사로서 공정한 가격결정이 가능할까?

어쨌든 기준 용량요금을 상향 조정하면 모든 발전기에 공히 적용되므로 손실이 발생하는 민간 가스발전에만 차별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하다. 이 비용은  전기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전기요금의 인상요인이 될 것이므로 정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VC에 민간 가스발전을 포함시킨다면 어떠할까? 전력산업구조개편 초기 선진국들은 발전부문에 시장가격이 적용될 경우 일부 발전소들은 대박(windfall gain) 치게 되고, 또 어떤 발전소는 시장에서 쪽박(stranded assets, 좌초자산)을 차게 되는 대박·쪽박의 불합리한 현상을 막고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부가 승인하는 차액계약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법상 VC 도입목적은 도매시장 가격안정화를 통한 소비자 이익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일부 발전사들이 초과이윤을 가져가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를 한전이 회수하여 판매사업자의 손실발생을 막고 소비자에게 되돌려 준다는 의도이다. 일부에서는 VC 제도가 계약 수준 이상을 사업자가 달성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요인이 가미된 계약제로 해석하기도 한다. 엄밀하게 보면 VC 제도는 CBP에 비해서도 비경쟁적인 제도이다. 가스발전에 VC를 적용하게 되더라도 적정 수준의 VC 체결을 위해서는 민간 발전사의 비용이 고스란히 공개돼야 한다. 그것이 가능할까?

결국 SMP의 하락과 민간 발전사의 수익을 적정하게 보장하기 위한 묘책은 딱히 없다는 것이 고민일 수 있다. 정부가 민간 발전사의 수익을 일정부분  보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VC 대상 전원인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VC 계약을 빠르게 진행하고 VC 대상전원이 아닌 가스발전의 CP를 상황을 봐가면서 조정하는 것이 그나마 남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면 CP도 없이 SMP와 REC(Renewable Energy Cirtificate) 판매에 의존하는 신재생발전사업자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나? SMP 하락 시기에 신재생발전의 보급 촉진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REC 가중치를 가지고 조정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필자가 생각해 본 SMP 하락의 원인과 전망, 그리고 대책의 일부이다. 그리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수 많은 질문들이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원칙의 문제로 수렴한다. 우리 전력시장은 경쟁체제를 지향하는가? 아니면 규제체제로의 회귀를 지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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