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자원환경경제학박사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자원환경경제학박사
[이누뉴스 칼럼 / 허은녕] 최근 전력수급기본계획 문제로 국회, 정부와 전문가들이 고심하고 있다. 예측, 설비, 에너지믹스, 노후화력 등이 이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문제는 논의가 전혀 안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력 시스템에서 주변 나라와 완전히 분리된 섬인데, 이를 해결하자는 이야기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단순하게 말하자면, 북한 때문에 현재 영토에 갇혀 산 지 오래되어버려 어느새 대륙과 연계하여 사는 문제는 잊어버렸고, 그저 섬 안에 갇혀서 어찌 살까만 논의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니, 우리나라는 사실 섬이다. 육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전기뿐만 아니고 에너지 전체가, 그리고 사실 바다와 하늘로 모든 물자와 사람을 운반하고 있으니, 경제 전체가 섬인 것이다.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면 유럽도, 북미도, 남미도, 러시아, 아프리카와 동남아도, 이제는 중국까지도 모두 에너지망이 인접국가들과 연계되어 있다. 큰 나라들 중에는 한국과 일본만이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일본은 그러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수퍼그리드 계획을 구상하였으며, 일본 여당 국회의원들이 러시아 사할린에서 북해도와 혼슈를 잇는 가스파이프라인 구축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국가간 그리드 망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특히 러시아와의 연계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당장에 발전소를 대한민국 영토에 짓지 않아도 된다. 손정의 회장의 수퍼그리드 계획도 같은 계획이다. 러시아나 몽골에 발전소를 짓고 전기를 본국에 가져다가 쓰자는 것이다. 이들 지역에는 원자력, 화력의 원료인 우라늄, 석탄, 가스가 풍부하며, 발전소 입지 선정의 문제가 전혀 없고, 폐기물 처리까지 손쉽다. 몽골과 러시아는 아예 자국의 발전소 건설 투자를 환영하고 있다.

에너지망은 마치 강물과도 같다. 나일 강, 유프라테스 강, 메콩 강, 요르단 강 등과 같이 러시아와 몽골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연계된 에너지망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의 경제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시베리아에 한국이 200년 쓸 수 있는 10조㎥의 가스와 석유, 전력 등 주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 모든 자원을 수입한다. 다른 한편 러시아의 주 수입품목은 자동차·ICT 통신기기·합성수지 등이다. 그러나 이 모든 품목에서 한국이 수출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망 건설은 우리나라의 고질적 고민인 에너지 안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함과 동시에 경제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크게 해결한다. 또한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으로 인한 발전소부지 선정 문제가 크게 줄어든다.  또한 망 연결은 연계된 국가 간의 분쟁을 줄여준다. 상호 연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과 연계한다면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 전체의 평화적 분위기 도출에도 기여가 가능할 것이다.

몽골도 수퍼그리드 계획을 발표하고, 중국과 러시아 지도부를 초청하면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내 문제만으로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세부계획이라면 그럼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어떠한가? 기술수출 이야기는 있지만, 에너지 섬 탈출 이야기는 없다. 벌어지고 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과정을 보면, WEC 발표 에너지안보 지수에서 우리나라가 127개국 중 103위가 되어 있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자원도 없는 나라가 섬 안에서만 살 논의만 하고 있으니 세계 최하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전력 시스템은 북한의 것과는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의 시스템과도 상당히 다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연구라도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섬 안에서 서로 자기가 옳다고 뒹굴고 있는 모습이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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