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19로 망가진 석유시장, 낙관론·비관론 팽팽
[특집] 코로나19로 망가진 석유시장, 낙관론·비관론 팽팽
  • 김진오 기자
  • 승인 2021.0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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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종합에너지회사로 전환 가속…엑손모빌 투자확대에 對比

[이투뉴스] 올해 코로나19가 석유수요를 떨어뜨리면서 유가 역시 함께 떨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미래 석유 및 가스 생산가치가 4분의 1 수준이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전염병 사태로 인해 한치 앞도 볼 수 없어진 석유시장에서 최근 낙관론과 비관론이 부딪히고 있다.

낙관론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석유회사 엑손모빌이다. 엑손모빌은 석유수요가 회복된다는 전망을 토대로 미래에도 석유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인류는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라며 “단기변동성에 흔들리지말고 계속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관론의 선두는 BP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최대 석유기업인 BP는 2030년까지 석유가스 생산량을 4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2040년 석유수요가 2019년의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봤다.

▲미국 셰일오일 시추기.
▲미국 셰일오일 시추기.

◆“30년 뒤 석유수요 절반까지 줄 수도
석유는 대표적인 화석에너지원으로 그동안 에너지부문의 중추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최근 그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BP는 8월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위한 향후 10년 간의 지침과 세부방안 계획을 발표했다. 석유·가스 생산량을 감축하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뤄 종합에너지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발전, 바이오에너지, 수소 등 저탄소 기술에 현행 10배인 50억달러(5조원)의 투자를 실시해 2030년까지 50GW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기술과 혁신을 통해 고객과의 일일접점을 현재의 2배인 2000명으로 늘리고 250억달러(28조원)의 자산매각을 통해 2019년 기준 하루 260만boe에서 2030년까지 150만으로 석유가스 생산량을 줄여나간다. 이에 더해 새로운 국가로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진출을 하지 않고 연간 탐사비용도 4억달러(4423억원)까지 줄일 계획이다. BP는 향후 신재생에너지가 크게 증가하고 에너지 효율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P는 2040년 세계석유수요가 하루 6700만배럴까지 떨어져 3090만배럴(31.6%) 감소한다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BP의 머레이 오친클로스 CFO는 “우리의 저탄소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공격적”이라며 “이는 회사와 전략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IEA는 최근 ‘2020 세계 에너지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9년 세계 석유수요 하루 9790만배럴에서 2040년 1억410만배럴로 620만배럴(6.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석유수요를 감소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유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한편 석유수요가 줄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역설한 것이다.

특히 장기적인 수요침체에 빠져 수송부문 석유수요가 한동안 평행선을 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증가도 있지만 거의 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집에서 재택근무나 비행기 여행 감소 등 석유소비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물론 모든 변화가 석유에 불리한 것은 아니다. 대중교통에 대한 혐오감, SUV의 인기 등 이점은 있다.

IEA는 “정책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석유수요의 급감을 예견하기에는 이르다”며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소득증가는 이동성 기본수요를 창출해 다른 나라의 석유사용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운송연료는 더이상 신뢰할 수 있는 성장엔진이 아니다”라며 “휘발유 사용은 정점에 이르렀으며 연비개선이 지속되고 전기자동차 판매가 성장하면서 낮아졌다”고 부연했다.

IEA는 해운용 연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글로벌 경제와 국제무역 전망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석유화학 부문에서 공급원료로 사용되는 석유로 인해 재활용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 등에서의 석유수요가 증가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BP가 내놓은 휘발유, 경유 등 액체연료 수요전망.
▲BP가 내놓은 휘발유, 경유 등 액체연료 수요전망.

◆‘코로나19 진정 시 유가 상승’ 가능성 제기
반면 석유사업에 집중하는 엑손모빌의 근거는 세계인구전망이다. 석유소비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인구증가에 따라 경제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UN의 ‘2019년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세계인구는 지난해 기준 77억명이며 2040년 92억명, 2057년에는 100억명을 넘어선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석유가 소비된다.

선진국의 수요감소 추세에도 인도 및 개발도상국의 신흥시장이 감소분을 만회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전기차의 부상이 석유수요를 재편하지만 세계 석유수요는 2035년에서야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특히 항공, 해운, 석유화학부문 수요는 205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석유수요가 증가하면서 유가도 엄청난 상승을 보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주장이 들어맞는다면 엑손모빌의 투자전략은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통제가 가능해지면 금융시장에서 기대감을 바탕으로 막대한 유동성이 원유선물로 유입되면서 유가급등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지역·국가간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이미 전년동기소비량을 상회한 중국 소비량에 더해 사상초유의 항공유 수요가 발생해 급등한 유가가 안정적으로 지속된다. 여기에 최근 지속된 저유가로 인한 석유회사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공급능력이 파괴돼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유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정성 한국석유공사 석유동향팀 과장은 이를 두고 “저유가 시기가 길어질수록 미래에 가격급등을 유발할 수 있는 에너지가 쌓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가급등이 소비자의 전기차 구입을 불러오면서 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바이든 당선인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그는 선거유세를 하면서 셰일오일을 분리하는 수압파쇄법(Fracking)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수압파쇄법은 물과 모래 등을 섞은 '프래킹 액체'를 구멍에 집어넣어 광물을 파쇄하고 석유, 천연가스가 흐르기 쉽게 만드는 기술이다. 수압파쇄법은 지하수 및 표층수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지진활동을 증가시킨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미국 유정의 95%가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는데 유압파쇄법을 사용한다. 만약 바이든 당선인이 수압파쇄법 규제에 들어간다면 미국 내 석유생산이 줄면서 유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환기, 개편되는 석유시장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기인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석유수요가 늘건 줄건 확실한 점은 코로나19 이후 석유시장은 어떤 모습으로든 개편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수송분야 석유소비를 대체하면서 석유화학부문 비율이 증가할 수도,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줄여나갈 수도 있다. 석유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론은 커지고 있고, 배출량 감소에 대한 요구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석유시장 관계자는 “현재 석유산업은 에너지전환기에 들어가 대형 투자기업들은 석유에 투자하지 않을 우려가 관측된다”며 “코로나19가 가져온 팬데믹으로 대형 석유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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