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임기 말로 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다. 에너지전환은 석탄감축계획만 세운 상태에서 진척이 없고, 재생에너지사업에 직접 뛰어든 시민들은 불안해진 노후에 연일 정부청사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의 탈원전 선고로 와신상담하던 원자력계는 ‘SMR(소형모듈형원자로)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주겠다’는 정부와 여당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한 번도 가 본적 없고, 어떻게 가야할지 아무도 모르는 '수소경제'와 '2050 탄소중립'은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민이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사람은 없다.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이 문제를 고민해 본 사람들은 요즘 한결같이 ‘이대로는 어렵다’고 말한다. 일례로 에너지전환은 재생에너지 목표만 높였을 뿐 정부가 직접 나서 한 일이 없다. 관행처럼 전력수급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워 수치를 높인 것이 전부다. 목표달성에 필수적인 송전망 확충과 전력시장제도 혁신은 방치돼 있다. 모든 걸 바꿔야 하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검토한 번 한 적 없다. 무대책으로 치닫는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제약 사태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유감스럽게 그 대가도 국민 몫이다.

RPS시장은 곪아터진지 오래다. 다수 민간이 참여하는 시장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오는데, 6개 한전 발전자회사와 대기업·대자본만의 자체사업은 불황도 실패도 위험도 없는 딴세상이다. 전자는 산업부 지령을 받는 에너지공단과 한전, 전력거래소가 과잉개입해 시장요소가 사라진지 오래인 반면 후자는 문어발식 사업확대와 기상천외한 SPC구성도 허용되는 치외법권이다. 수명이 다한 RPS제도와 REC경매시장을 유지해 얻는 것은 국민 위화감과 불신, 시장양극화 뿐이다. 지금 필요한건 발전과 송‧배전, 판매까지 독점한 한전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정리해 줄 전력분야 독립기구와 재생에너지 컨트롤타워다.

탄소감축이나 에너지전환에 관한 국민 인식을 어떻게 높일지,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수단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가장 현실적이란 석탄화력 LNG전환도 님비로 부지를 구하지 못해 표류하는데 정부는 거창한 수소플랜트 건설계획만 남발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P4G 정상회의’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값싸고 풍부하고 안전하며 친환경적인 에너지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공산이 크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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