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물 속 개구리에게 세상은 우물만큼이다. 우물 밖 드넓은 세상을 얘기해봐야 입만 아프다. 우리 에너지산업이 처한 환경이 꼭 그렇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깊이 판 우물에 한전이란 단 하나의 개체만 유영하고 있다. 모든 정책, 산업, 시장, R&D가 고립돼 있다. 바깥세상에 폭풍우가 몰아쳐도, 우물 안 세상은 그저 평온하다. 반세기동안 담만 더 높이 올렸다.

이렇게 닫힌 생태계에서의 변화는 소모적이다. 에너지전환도, 탄소중립도 논쟁거리가 된다. 다른 나라 눈엔 재생에너지가 신산업이자 일자리인데, 유독 한국에선 비싸고 들쭉날쭉한 불량에너지다. 탈탄소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십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산업계는 정부 등만 쳐다보고 있다. 바깥세상이 천지개벽하는동안 바닥이 파이도록 우물물만 떠먹은 대가다.

여러 정황상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경착륙 정도가 아니라 최소 한쪽 날개가 떨어져 나가는 비상착륙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는 정부가 위태롭다. 비대한 한전 독점 생태계를 건들지 않고 기수를 돌리려 한정된 연료를 다 쏟아붓고 있다. '우물안 포식자' 한전은 야생에서 적자생존한 해외기업의 기세에 눌려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건 어렵지 않다. 선진기술과 값싼 기자재, 성공·실패사례가 널려있다. 땅이 좁아 태양광‧풍력을 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분들은 국내선 여객기 고도로만 시선을 높여 한반도를 내려다보시라. 온실가스 배출없이 에너지자립률을 높일수 있는 땅과 바다, 햇빛과 바람이 차고 넘친다. 물론 기회가 평등한지, 과정이 공평한지, 결과가 정의로운지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정말 어려운 건 산업과 일자리다. 에너지전환도 한번 뿐이지만 글로벌 무대서 활약할 기업을 키울 기회도 한번 뿐이다. 면피용으로 제조업체수와 고용지표를 늘려봐야, 재생에너지 산업수출액과 해외시장 점유율만 보면 금방 민낯이 드러난다. 산업부가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한적 있는지, 혹여 지금도 시장이 아닌 접대자리서 정책을 좌지우지하는건 아닌지 의문이다.

우물안에서 변화를 기대하며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은 오늘도 좌절과 낙담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다운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데,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와 규제만 갈수록 늘고 있다. 매년 2조원 가까이 에너지 R&D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나눠먹는 기업만 있고 결과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작은우물이 쓰나미로 흔적없이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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