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어떻게 짜나

▲제10차 송변전설비계획과 기존 9차 계획을 감안한 전국 전력계통도 ⓒ그래픽_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제10차 송변전설비계획과 기존 9차 계획을 감안한 전국 전력계통도 ⓒ그래픽_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이투뉴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기반으로 한전이 수립한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근 확정됐다. 2036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연도별 송변전설비 신설 및 보강계획을 담고 있어 만성적 계통난을 겪고 있는 발전사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신규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은 어떻게 수요지로 보낼지, 재생에너지가 집중된 지역의 계통은 어떻게 구축할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이 계획대로 2036년 송변전설비 확충이 완료되면 2021년말 기준 3만5190c-km(서킷킬로미터=회선수×길이)인 송전선로는 5만7681km로 1.64배 증가하고, 같은기간 변전소수와 변전용량은 892개 34만8580MVA에서 1228개 51만7500MVA로 각각 1.38배 및 1.48배 늘어난다. 이들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비는 2031년까지 39조6154억원, 2036년까지는 56조5150억원에 달한다.

2036년까지 설비확충에 56조5150억원 투자
한전은 이번 10차 계획 수립에 앞서 이태 전 만든 9차 계획의 성과와 부족한 점을 정리했다. 성과로는 재생에너지 공동접속 설비와 계통 안정화용 ESS 도입 등을, 미흡했던 점으로는 예측기반의 지역망 보강계획 부족과 비수도권 재생에너지 편중에 의한 지역간 융통전력 급증,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전력망 보강 검토 등을 꼽았다. 최근 호남지역 원전 감발로 발등의 불이 된 이 지역 송전제약을 감안한 듯, 남서부지역 해상풍력‧태양광 발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종축(縱軸) 기간망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이번 계획 주요현안으로는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과 기존 원전 수명연장, 전력공급지와 수요지간 수급 불균형 심화, 전력설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감소 등을 들었다. 이중 신규 원전은 적기 설비보강으로, 재생에너지 송전제약은 HVDC를 활용한 국가 기간망 구축으로, 지역간 수급 불균형은 계획입지와 전력계통 영향평가제도로 각각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원전‧재생에너지 송전제약 HVDC로 해소 
신규 원전의 경우 신한울 1,2호기는 한창 건설 중인 동해안~신가평‧동해안~수도권 HVDC로 수송하고, 신한울 3,4호기는 발전사업 허가 이후 계통연계 방안을 세운다는 입장이다. 당국에 의하면 2034년 19.4GW로 감소할 전망이었던 원전 설비량은 현 정부의 감(减)원전 정책 폐기로 2036년 31.7GW까지 68% 증가한다. 하지만 신한울 1~4호기가 들어서는 영동권은 이미 송전능력이 모자라 신규 석탄화력이 제약운전을 하고 있다. 2025년부터 이듬해까지 순차 준공이 목표인 500kV HVDC 송전선로의 적기 준공‧운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처지다. 후속 원전인 신한울 3,4호기는 산넘어 산이다. 최근 2032~2033년 조기 완공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동해안~수도권 HVDC로도 송출이 어려워 충북이나 경북 내륙으로 향하는 별도 송전선로 신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원전 및 수명연장 원전(5.9GW)과 태양광(9.0GW)에 더해 신안 해상풍력(8.2GW), 서남권 해상풍력(2.4GW), 여수‧고흥(6.0GW) 등이 새로 들어서는 서해‧호남지역은 서해안~수도권 HVDC 기간망 신설이란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건설 중인 동해안~수도권 HVDC가 횡축 기간 전력망이라면, 호남을 출발해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HVDC를 건설해 종축의 기간망을 구축하겠다는 게 한전의 계획이다. 계획상 예정노선은 신해남~태안화력~영흥화력으로 이어지는 4GW 1개 프로젝트와 새만금~태안화력~서인천 4GW 추가 1개 프로젝트이며 전압은 500kV로 같다. 해상풍력 단지와 육상 여건 등을 검토해 경과지를 정한 뒤 해저 또는 육지 노선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 한전은 기존의 PtP(Point to Point) 방식 HVDC 기술을 MTDC(Multi-Terminal DC) 방식으로 확장해 산업을 견인하고 유럽처럼 해상풍력 공동개발이나 국가간 연계 등의 확장성도 염두에 두기로 했다. 아울러 이들 사업에 민간투자를 유치하거나 계획입지와 연계하는 방안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교류대비 비용이 과도하고 안정성은 떨어지는 HVDC로 현재 제기되는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어려울 뿐더러 사업성도 낮아 민간투자 유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간투자도 첫 거론…에너지 계획입지에 방점
태양광‧해상풍력의 특정지역 쏠림에 의한 ‘무질서한 보급’과 그로 인한 송전혼잡은 계획입지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급을 분산화하고 지역간 수급 불균형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10차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하면서 2036년까지 태양광 65.7GW, 풍력 34.1GW, 기타 8.5GW 등 모두 108.3GW가 전력망에 연계될 것으로 보고 지역별 전망값을 도출했다. 태양광의 경우 이미 상업운전 중인 설비와 허가설비 32.5GW 외에 33.2GW가 추가 건설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 경우 호남권에 태양광 41.4GW, 풍력 15.5GW 등 모두 58.7GW가 입지하고, 영남권에도 태양광 11.5GW, 풍력 7.7GW 등 20.6GW가 들어설 전망이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지자체와 에너지공단 등이 참여하는 계획입지 워킹그룹을 꾸려 빠르면 상반기부터 계획입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 계획입지 관련법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주도로 계획지구를 지정‧공고하면, 지자체가 지구 내 계획 단지를 선정해 계통접속 가능량 안에서 발전사업자를 공모하는 방식으로 '질서있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발전업계는 "8차 계획 때부터 계획입지를 도입해 비용을 낮추고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한다는 지적이 반복돼 나왔는데,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자는 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2030년 이후로 몰려있는데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한 발전사업자는 "한전이 재정위기 탓에 송전선로 확충에 적극적일 수 없고, 그 영향히 송변전설비계획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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