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2)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 10억여명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질병에 걸리고, 여자와 아이들은 먼 곳에서 물을 길어오느라 가사와 교육은 뒷전이다. 빈민들은 소득의 20~30%를 물을 사는 데 사용하므로 가난을 면할 수 없다. 이들에게 물을 싸게 공급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 할 것이다.

이들 지역은 기후나 지형, 경제, 기술수준, 습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때도 있다. 오히려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적합한 기술이 필요하다. 물을 공급하기 위한 여러 대안을 생각해 보자.

해수담수화시설은 고도의 기술과 비용, 에너지가 필요하다. 바닷가에서 만들어 내륙 깊은 곳까지 운반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든다. 댐을 만들어 상수도 시설을 만들어 주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누수방지나, 수질관리에 많은 노력이 든다. 가동 중 전기나 약품, 부품이 공급되지 않아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동펌프를 이용한 얕은 지하수는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수질오염이 되기에도 쉽다. 깊은 지하수를 얻기 위해서는 비싼 장비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힘들게 만든다 하더라도 전기 공급이 안 되거나 부품이 없어 가동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 심각한 것은 수질이다. 아시아 지역의 지하수에는 비소나 불소 등 중금속이 녹아 있는 곳이 많다. 현재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는 국제기관에서 만들어준 우물물을 마시고 병에 걸린 사람들이 발생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빗물은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물 공급 대안에서 제외돼 왔다. 상식적으로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받은 빗물은 가장 깨끗하며, 빗물이 떨어진 바로 그 자리에서 사용하면 처리나 운반을 위한 시설이나 에너지가 없어도 된다. 빗물 사용에서 유일한 문제는 건기에 사용할 빗물을 저장하고 수질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학생들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빈민지역에서 '비활'(빗물봉사활동)을 해왔다. 현지 물 문제를 빗물로 해결한 사례를 소개한 논문을 국제 학계에 발표해 빗물의 중요성이 점차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유니세프(UNICEF)에서는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최근 미얀마의 태풍피해를 입은 지역에 수만개의 빗물통을 공급해 물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방지했다.

아시아 물 문제에 대한 최적의 대안은 이 지역에 내리는 빗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첨단 소재를 이용한 저비용의 저장기술과 저에너지의 소독기능을 추가하는 기술적 도움뿐만 아니라 주민 스스로 마을단위로 확산할 수 있도록 경제사회학적 도움도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생명과도 같은 물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처럼 빠르고 쉬운 방법은 없다. 그동안 많이 진출했던 선진국이 실패한 이유는 이를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선물이라도 받는 사람에게 맞춰서 줘야 한다. 이들의 현지사정, 생각, 기술수준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에 적합한 기술을 알려줘 스스로 사용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도 아시아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펼 때 빗물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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