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7)

 

한무영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서울대학교에는 비가 오면 행복한 곳이 있다. 2005년에 지은 대학원 기숙사다. 빗물이용시설을 가동한 이후 1년 동안 약 1600톤의 빗물을 받아 화장실 용수와 조경 용수로 썼다. 지난 1년간 절약된 수도요금은 220만원이다.

관악산에 올라가서 캠퍼스를 내려다보면 건물 지붕이 무수히 많다. 그중 약 100개의 건물에서 빗물을 받아서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2억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빗물이용시설은 시설비는 좀 들지만 유지ㆍ관리비가 들지 않고 수도요금도 줄일 수 있어 10~20년이면 투자비가 회수된다.

앞으로 서울대학교의 모든 신축 건물에는 빗물이용시설이 설치된다. 기존 시설에도 설치한다면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캠퍼스의 안전을 담당하는 분들도 좋아 한다. 버들골에 10톤 규모의 빗물탱크를 만들어 놓으니 안전 담당자는 순찰차에 빗물을 가득 담아서 화재예방이나 청소에 사용한다. 불이 났을 때 멀리서 물을 길어오기보다는 가까운 곳에 물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심도 될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산불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주말에 버들골에 놀러 오는 사람들도 행복하다. 버들골에 있는 연못에는 댐에서 버려지는 하루 50톤 가량의 빗물을 끌어온 후에는 항상 물이 채워져 있다. 버들골에 놀러온 사람들은 물가에서 놀기도 하고 새로 등장한 동식물을 보고 반가워한다.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생물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캠퍼스 인근 거주자 모임인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도 행복해한다. 장마 때 빗물을 모아 천천히 내려가게 하면 홍수를 줄일 수 있으며, 모은 빗물을 가뭄 때 천천히 흘려보내면 도림천에 항상 물이 흘러 생태계를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서울대학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빗물관리를 주도하여 시행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도림천이 살아난다면 학교와 주민이 함께 만든 자랑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의 빗물이용시설을 보기 위해 관내 주민과 초등학교 학생기자가 찾아오기도 한다.

빗물모으기를 전국에 확산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전국의 모든 캠퍼스, 모든 건물 등에서 빗물을 잘 이용하면 수도요금 절약뿐 아니라 지역적 문제인 물부족 해결, 홍수의 방지, 친환경 조성, 안전성의 확보, 하천의 건천화 방지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을 줄이고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성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돌아온다.

또 기후변화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홍수와 가뭄이 발생하여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 이때 빗물만 잘 관리하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미 서울대학교의 빗물연구센터에서는 UNEP(유엔환경계획)와 빗물연구 협약을 맺어 빗물관리로 전세계 사람들을 지속가능하게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쯤되면 빗물은 인간은 물론 자연생태계의 생명까지도 자자손손 살릴 수 있는 생명수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하는 빗물 연구가 전 세계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고 인류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전을 가지고 연구하는 나와 우리 연구실 학생들은 정말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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