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넘치는 인물관계 백미

 

 

[이투뉴스] 조직의 뒤를 봐주며 뒷돈을 챙기는 비리형사 '한종식(김승우)'은 심장판막증에 걸려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딸 '민지(김새론)'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더 큰돈이 필요하다.

이런 종식에게 장기밀매 조직 황사장이 살인사건 은폐를 제안하고 종식은 현장에 있던 '상만(손병호)'에게 누명을 씌워 체포한다.

그리고 2년후 '김형사(임하룡)'의 노력으로 상만은 누명을 벗고 나오지만 자신의 딸은 사고로 죽고, 부인은 그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해 뇌사상태에 빠진다. 이에 분노한 상만은 종식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한편 종식은 민지와 맞는 심장을 발견하는데 하필이면 그게 상만의 부인이다. 김형사의 집요한 추적으로 자신의 비리가 노출될 위험에 처한 종식은 민지의 심장도 구해야 하는 이중고에 빠진다.

 

 

언뜻 보기에도 복잡한 캐릭터 설정은 <나는 아빠다>가 가진 최고의 미덕이다. 철천지 원수인 종식과 상만이 아이러니하게도 심장이식 대상자란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긴장감을 준다.

딸을 위해 악행을 일삼는 종식, 그리고 종식에게 사랑하는 가족과 인생까지 잃어버린 상만의 대립은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게 만든다.

두 주인공간의 갈등을 충분히 활용한 덕분에 영화는 긴장감이란 화면으로만 연출되는 게 아님을 확실히 보여준다.

<아저씨>와 상당히 닮아있는 홍보 포스터를 보고 섯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나는 아빠다>는 <아저씨>와 같은 것이라고는 김새론의 출연작이라는 것 외에는 하나도 닮아있지 않다. 장르도 줄거리도 확실히 다르다.

오히려 영화는 <심장은 없다>와 닮았다. 하지만 이것도 설정만 비슷할 뿐 전개방식은 전혀 다르다. <나는 아빠다>는 '딸밖에 모르는 바보'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빠다>는 꽤 좋은 위치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영화에 대한 낮은 기대치는 관객에게 조금만 어필해도 상당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인물간의 관계 설정을 워낙 긴장감있게 설정한 덕분에 다른 드라마적 장치가 없어도 관객들의 심장을 조이거나,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이 좋은 위치를 잘 이용하지 못한다. 확실히 <아저씨>나 <심장은 없다>의 아류작이라는 관객의 선입견은 깼지만 거기까지다. <나는 아빠다>는 이야기의 흡입력이 후반부로 갈수록 약해지는 약점을 갖고있다.

영화는 스릴러와 드라마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위치한다.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으로 영화 후반부까지 관객을 이끌고 오지만 막판에 너무 맥없이 풀어진다. 종식의 이야기는 액션 스릴러다. 반면 상만의 이야기는 드라마다. 이 두 이야기는 한번도 접점을 찾지 못하다가 영화 마지막에서야 억지로 만나게 된다.

캐릭터의 일관성도 부족하다. 주인공인 종식과 상만은 갑자기 성격이 180도씩 바뀐다. 특히 종식의 캐릭터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영화의 흐름상 종식은 민지의 수술비를 위해 독한 형사로 변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종식은 이미 그전부터 너무 악독해져 있다. 또 딸때문에 변절됐다고 하기에는 필요이상으로 잔인하게 행동한다.

무엇보다 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막판 딸의 수술을 위해 발로 뛰는 모습보다 김형사의 수사망을 피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나는 아빠다>는 여러가지로 아쉬운 영화다. <아저씨>와 닮은 포스터와 MBC 쇼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것 같은 제목 등은 사전에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배우들의 연기는 홀로 빛났다. 오랫만에 주연으로 돌아온 김승우는 악바리 한종식 형사역할을 멋지게 수행한다. 손병호는 그간 맡았던 배역과 달리 착한 상만을 노련하게 연기했다.

<나는 아빠다>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기자曰 : "시작은 창대했으나… 판을 너무 크게 벌렸다"

◆비교해보면 좋을 영화 : <심장이 없다>, <닉 오브 타임>

◆공감지수
  '김새론 생각보다 출연분량이 적네'★★★★☆
  '김승우도 멋있는 배우였구나'★★★★☆
  '왜 이렇게 우연이 많지?'★★★☆☆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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