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 종속되는 현 영화산업 개선 기대

[이투뉴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중견제작사를 직접 육성하겠다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진위는 최근 올해 신규 사업으로 '적립식 지원제도'를 야심차게 도입했다. 적립식 지원제도는 개봉실적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진위는 이 사업을 위해 20억원의 예산을 새로 편성했다.

영진위는 이 제도를 통해 중견제작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현재 CJ, 롯데, 쇼박스 등이 지배하고 있는 영화시장에서 소규모 제작사들도 동반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제작사 수는 2002년 1081개에서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에는 2664개가 됐다. 하지만 원활한 자금조달이 되는 중견제작사는 명필름과 NEW 등 손가락으로 꼽을 수준이다.

숫자는 늘어났지만 허리부분을 버텨줄 중견제작사가 없다는 것이 한국 영화제작 환경의 문제점이다.

제작사 사무실도 1인에서 2~3인 회사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제작사 수가 늘어난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영진위는 이처럼 소규모 제작사가 중견 제작사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기획개발비로 꼽고 있다. 수년 전부터 투자사들은 제작사에 기획개발비를 따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프로듀서들의 창의적 투자가 어려워졌고, 제작사는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사의 입맛대로 비슷비슷한 영화를 내놔 '제살깎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

결국 이런 흐름이 한국영화가 특정 장르로 쏠리는 현상을 불러왔다는 게 제작사들의 지적이다.

정무현 토비스미디어 팀장은 "현재 한국영화는 점점 홍콩영화계를 답습하고 있는 분위기다. 돈이 되는 느와르와 무협만 찾다가 침체된 홍콩영화를 교훈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영진위가 기획개발 과정을 독립시켜 제작사가 투자사에 종속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기획개발과정은 시나리오가 완전히 탈고되는 과정으로, 보통 제작사들이 한편의 영화를 기획개발하는 데에는 2년의 시간과 2억의 비용을 투입한다.

이번 적립식 지원 제도는 올해 1월 1일 이후 개봉하고 10월 31일까지 종영한 장편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편당 관객수가 10만명인 경우 최소 1000만원부터 300만명 이상인 경우 최대 7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올해 예산은 총 20억원으로 30여편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번 제도는 단기간에 결과를 창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소규모 제작사가 2년간 2억의 비용을 들여 개봉해도 50만명 이상 관객을 채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영진위가 매년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향후 관건이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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