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무대서 다진 중량급 연기로 스크린 색감 입혀
"늘 새로운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

[이투뉴스] "<황해>는 내가 영화계에 던진 출사표였다. <화차>는 내가 영화판에서 벌이는 첫 전투다."

지난해 <황해>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성하가 이번에 변영주 감독의 <화차>로 돌아왔다. '명품조연'으로 불리는 그가 이번에는 이선균, 김민희와 함께 당당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성하는 이번 영화에서 사촌동생 '문호(이선균)'의 부탁을 받고 사라진 약혼녀 '선영(김민희)'의 행방을 추적하는 '종근'역을 맡았다.

그는 "변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주연이라고 먼저 못을 박았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있는 상태라 주연이 아니었어도 승락했겠지만, 주연이라는 말에 더 결심을 쉽게 굳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성하에게 <화차>는 첫 주연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영화마다 주연 못지않은 분량과 활약을 보였지만 조연이란 꼬리표는 늘 그를 따라다녔다. 물론 빛나는 조연은 주연보다 작품을 값지게 하는 법이다.

그는 지난해 조연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조성하는 "사실 <황해>는 내가 김윤석씨보다 씬도 더 많고, 대사도 더 많았다. 그런데 <황해>의 초첨이 김윤석씨와 하정우의 만남에 맞춰지다보니 홍보 때부터 나는 조연이 됐다"며 "물론 덕분에 상을 수상한 것은 감사하지만 진짜 조연 배우들로부터 상을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유해진씨나 류승룡씨 같은 경우도 영화에서 비중이나 분량은 주연급이다. <최종병기 활>에서도 류승룡씨는 박해진씨와 투톱이었다. 그런데 후보는 조연부문에 올려놓는다"면서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시상식에서 조연상의 위치가 애매모호 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우 조성하의 이름이 대중에 부각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지만 그는 연기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배우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권용운, 김정균, 표인봉, 전창걸, 정은표 등과 동기다.

그는 "젊은시절 동기들과 만났을 때 얻어먹기만 하는 것도 미안했고, 바쁘다고 투정부리는 것도 부러웠다"며 "그런데 요즘 내가 그렇게 됐다. 새벽 4시에 촬영이 끝나고 아침 8시에 다시 촬영이 들어가니까 본의 아니게 연락도 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아내 얼굴도 일주일에 한번 봤다"고 말했다.

그에게 연기 생활에 대한 회의는 금기어다. 그만큼 연기를 사랑한다. 하지만 가장이라는 삶의 무게는 그가 연기를 포기할 뻔도 하게 만들었다.

그는 "연극계에서 선배가 되갈수록 점점 부담이 됐다. 후배시절에는 얻어먹는 위치라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지 않았는데 선배가 되니 경제력이 점점 크게 다가왔다. 거기에 결혼까지 하게 되면서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배우의 길을 떠날 결심을 한 그를 만류한 것은 다름아닌 그의 아내였다. 그는 "아내가 내게 '당신이 연기하는 것을 보고 결혼하게 됐는데 어떻게 그만둘 생각을 했냐'며 나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의 설득에 마음을 돌렸지만 여전히 가계경제는 어둡기만 했다. 그때 나도 돈이 되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그는 영화판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임순례 감독이 제작을 맡았던 <미소>에 출연하며 첫 데뷔식을 치뤘다.

그는 "원래 <미소>의 역할은 김뢰하씨가 하기로 돼 있었는 데 <살인의 추억>과 촬영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내게 기회가 왔다"며 "당시 대학로 주점에서 임순례 감독을 우연히 만났는데 때마침 캐스팅이 비어서 내가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극계에서 연기잘하는 배우였던 그였지만 영화는 가혹하기만 했다.

그는 "당시 카메라 앵글안에서 어떻게 연기하는 지 전혀 몰랐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촬영이 너무 힘들었다. 또한 감독님이 디테일한 면에 더 많이 신경을 써 연기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어려워서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제 40대 중반에 들어선 그는 늘 새로운 배역을 꿈꾼다.

그는 "하고싶은 캐릭터는 딱히 없다. 배우에게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은 연기가 정형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관객들에게는 늘 편안하면서 새로운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관객에게 내 연기가 질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극계에 대한 향수와 애정도 피력했다. 

조성하는 "아직까지는 티켓파워를 장담할 수 없어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 흥행력있는 배우로 인정받는다면 연극 무대에도 다시한번 서고 싶다"며 "그렇게라도 조금이나마 연극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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