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까지 갤러리 평창동서

[이투뉴스] 눈(雪)을 통해 보이지 않는 다른 눈(目)을 갖는 것. 작가 정정호는 3년 동안 눈에 홀려, 백색에 취해 직관이 이끄는데로 들판을 해맸다. 그리고 무엇을 담거나 덜어내야 하는 관성적인 구성으로부터 탈피해 정신적 자유를 추구했고 예감에 기댄 직관적 우연성을 믿었다.

비로소 카메라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어떠한 이미지를 담기 시작했다.눈(雪)으로 세상을 단순화 시키고, 세상의 내적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작가의 시선이 주목된다. 이번 전시에는 22점의 사진이 전시된다.

<작가노트>
白의 發話 (백의발화)
사진은 세상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매체다.더불어 사진은 재현한 기표의 층위 간에 부여된 암시를 헤아리고 해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을 기록하되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 그것이 내가 사진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었다. 자연을 담을 수는 있지만 자연 너머에 존재하는 실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저 세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는 카메라 렌즈로 보이지 않는 ‘¾그것’을 담는다는 게 불가능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한 끝에, 나는 소리를 듣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연의 소리이자 내면의 소리였다. 구도와 심도 등 아카데믹한 사진이 요구하는 관습적 기법을 무시하고 그저 아스라한 예감이 스치는 그 순간, 마음 가는 대로 셔터를 눌렀다. 내가 무엇을 찍는지도 모른 채, 눈에 홀려, 백색에 질려, 그저 직관이 이끄는 대로 들판을 헤맸다.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찍었다. 반드시 무언가를 담거나 덜어내야 한다는 관성적인 구성으로부터 탈피해 ‘¾정신적 자유’¾를 추구했으며, 단지 예감에 기댄직관적 앵글이 초래한 ‘¾우연성’을 믿었다. 비로소 카메라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어떠한 이미지를 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사진을 볼 때, 그 안에 담겼을 메시지를 읽으려고 한다. 나의 사진은 구체화된 세상이나 메시지를 읽을 수 없는, 모호한 이미지 그 자체라 여겨질 수도 있다. 점과 선 그리고 면으로 이루어진 추상적 이미지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함과 모호성은 또 다른 확장이다. 익숙한 시·∙지각적 풍경의 일부만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혹은 단지 보려고 하지 않았던 의미를 발견하길 바란다.
칸딘스키는 ‘흰색은 가능성으로 차 있는 침묵이다. 그것은 젊음을 가진 無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하기 전부터 無요, 태어나기 전부터 無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의 백색 역시 차오르기 위한 여백이며 무언가 시작하려는 내적 의지의 발화다. 숭고한 침묵인 동시에.

전시명 : 白의 發話(백의 발화)
장소: 갤러리 평창동 (구 그로니치 화랑)
일정: 4.1.-4.14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462-1
연락처: 02-396-8744

이정아 기자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