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매장량 적어도 충분한 경쟁력 갖출 수 있어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석유 공급 부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석유 공급 부족에 대한 대비책은 석유 사용량 절감, 석유를 다른 연료로 교체, 그리고 석유를 타연료로부터 대체 제조하는 방안 등이다. 이 세 가지 방안 모두를 시행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안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의 대안인 수소에너지가 대체에너지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래에너지인 수소ㆍ신재생에너지가 전면에 나설 때까지 다리 역할을 하는 석유대체연료기술, 특히 석탄액화기술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러나 석탄액화기술에 대한 전세계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으나 이들 기술의 제공이 가능한 회사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기술 도입도 용이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석탄액화공정만 상용급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Sasol)사와 네덜란드의 쉘(Shell)사 2개 회사에 불과한 형편이다.
따라서 석탄액화기술은 기술보유회사의 기술제공 여부도 불확실하며 기술이 제공된다고 해도 전 세계적인 석탄액화 수요가 늘어나면 공장 건설을 위해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도 있다. 석탄액화기술의 국산화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석탄액화기술의 국산화 시급
우리나라는 전체에너지의 45.7%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으며 향후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부의 석유를 타연료에서 제조한 합성석유로 대체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 합성석유연구센터의 정헌 센터장은 "여러 종류의 합성석유 가운데 석탄액화유만이 우리나라 땅에서 하루 수만배럴의 대량을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경제성있게 제조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장래에 꼭 필요한 석탄액화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면 외국 회사의 기술제공 불투명으로부터 벗어나 국내 석탄액화 공장을 우리 기술로 건설해 최소한의 에너지기술 자립을 이룩하면서 에너지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센터장은 "특히 국외에서 석탄액화이 수요가 급증하면서 쉘사와 사솔사의 기술 제공 시기를 기다리지 못한 나라들이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자국에 적용하고자 할 것"이라며 "에너지기술의 수출이 충분히 가능해지고 에너지산업의 성장동력화가 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조기에 기술개발을 착수해 개발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시기가 늦어져서 초고유가 시대가 온 후에 개발을 착수하면 국내는 물론 국외 수요를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빈국이나 에너지 기술의 강국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석탄액화 기술이 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과연 석탄액화사업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가능'하다. 정센터장은 "석탄의 매장량이 적은 국내의 경우에도 석탄액화공장의 운영에 타당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국내 전기 수요의 일정 부분은 반드시 석탄에 의해 공급되는 만큼 환경을 고려한 차세대 석탄발전기술인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또는 석탄가스화연료전지(IGFC) 때문이다. 석탄가스화발전소 및 정유공장과 연계된 석탄간접액화 플랜트를 국내에 세우면 수입탄을 사용해도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국내 석탄액화기술 '걸음마' 수준
고유가의 지속과 중국에서 새로 건설되는 대형 액화공장의 운영 결과는 2010년부터 전 세계적인 석탄액화 공정의 확산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직접 또는 간접액화방식 중 어느 경로를 택하더라도 석탄액화공장이 고가이므로 규모의 경제를 적용해 하루 5만~10만배럴급의 큰 규모 공장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석탄액화에 대한 현재 국내 기술은 이제 걸음마 수준. 국내에서는 1986년부터 1995년까지 석탄직접액화분야의 기술개발에 총 10억원을 투자해 하루 3㎏의 석탄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기초기술을 확보한 데 그쳤으며 석탄간접액화기술도 총 5억원을 투자해 석탄가스로부터 메탄올을 합성하는 촉매 및 반응기 설계 기술을 확보하는데 불과했다.
 특히 석탄으로부터 발생한 합성가스로부터 가솔린 및 디젤 등의 액체연료는 생산한 바가 없다. 다만 일반적인 합성가스를 디젤, 가솔린 등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F-T반응에 관해서는 한국화학연구원 및 대학 등에서 연구 개발을 수행해 F-T용 촉매 등의 산업재산권을 확보한 바가 있다.
이처럼 국내 석탄액화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은 현재까지 진행된 바가 없으며 현재까지의 산발적인 투자는 외국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특히 반응기 등의 규모도 하루 1배럴 이하의 규모로 상용할 수 있는 하루 수만배럴에 비하면 소규모다.
정헌 에너지연 합성석유센터장은 "고유가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05년 이전에는 석탄액화기술을 연구하고 싶어도 (정부 지원 부족 등으로 인해) 할 수가 없었다"며 현격한 기술수준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향후 우리나라 석탄액화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는 하루에 약 20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수송연료로는 하루에 68만배럴이 휘발유ㆍ경유ㆍ제트유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그 규모를 잠시 엿볼 수 있다. 정센터장은 "우리나라는 국내 수요의 15%에 달하는 최소한 하루에 30만배럴(연간 1억1000만배럴)의 석탄액화유를 확보해야 외부의 석유공급 부족이나 초고유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석탄액화유 하루 30만배럴 공장이 국내 건설시장 규모는 1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수송연료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연료를 국내에서 제조하면 석유수입이 전면 중단되어도 공공 교통수단과 군사용도의 수용연료는 최소한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석탄액화유는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제조가 가능하므로 상당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현재 국내 기술로는 석탄액화공장을 건설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와 같이 기술개발에 소극적이면 향후 25년 동안 국내에 건설될 최소 6기의 석탄액화공장은 도입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공장 위치 선정이 비교적 자유롭고 대량으로 합성석유를 제조할 수 있는 석탄액화 기술은 시기가 문제이지 필연적으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산 석탄액화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센터장은 "현재의 낮은 국내기술을 상용 공장을 건설하는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실증시설을 도입하면서 연구개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기술개발의 가속화와 상용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의 채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기술개발 완료를 통해 국내 에너지회사 등이 결과물을 이용해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플랜트 수출을 통해 국가성장동력사업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산 석탄액화사업을 꿈꾸다

 

아직까지 석탄액화 기술의 국산화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최근 하루 2500만톤의 석탄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상용화된 석탄액화 플랜트 건설 계획과 함께 올해 10톤 규모의 석탄액화 플랜트 건설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연구소 제2부지에 하루 10톤의 석탄을 소화해 70배럴의 석탄액화유를 생산할 수 있는 벤치급 플랜트를 건설, 2009년 완공할 계획이다.
2010년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인 이 석탄액화 플랜트는 현재 우리나라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 하루 100톤의 석탄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플랜트 건설을 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에너지연의 설명이다.
플랜트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에너지연의 정헌 박사팀은 "하루 10톤 규모의 플랜트를 이용해 국산기술을 확보하고 향후 100톤 규모의 석탄액화공정을 상업 운전해 기술을 입증해 보일 생각"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늘어나는 석탄액화사업의 수요 증대에 맞춰 에너지기술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2030년까지 국외 석탄액화 시장은 약 115조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구상하고 있는 석탄액화공정의 국산기술 확보방안은 총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로 1310억원을 투입, 5년간 국산기술 확보 및 하루 100톤 규모의 석탄액화 플랜트를 설치하고 2단계로 390억원을 들여 2년간 운전 및 상용급 설계를 마무리한다는 것. 마지막 3단계로는 3년간 9230억원을 투입, 하루 2500톤 규모의 상용급 국산 복합공장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총 10년간 1조93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국산 복합공장 개발이 완료되면 하루 5000배럴 이상의 석탄액화유 뿐만 아니라 석탄가스화복합발전 과정을 통해 100MW의 전기도 함께 생산하게 된다. 현재 대규모 예산이 소요됨에 따라 정부 지원과 기업의 참여 등 예산 확보를 통해 오는 2010년경부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 에너지연은 이 사업 기획안을 산업자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실증사업은 조합 또는 회사 등 독립법인을 구성하고 연구개발은 별도의 사업단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박사는 "국제유가의 하락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연구개발 분야의 예산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사업에는 SKㆍGS칼텍스ㆍ포스코 등 에너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계획이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일까. 정박사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다. 그는 "원유가격이 배럴당 60달러라고 가정하고 현재의 기술로 하루에 석탄 69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복합공장을 건설할 경우 연간 280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석탄액화공정이 규모가 클수록 이익인 점을 감안하면 동일한 규모의 플랜트를 한 기 더 증설해 운영할 경우 순이익은 1210억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박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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