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8)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봄 겨울에는 비가 적게 와 연간 강수량 그래프를 보면 가운데가 볼록하다. 또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뤄져 비가 내리면 한꺼번에 흘러 내려가기 때문에 홍수와 가뭄이 매년 발생한다. 볼록형 자연조건인 것이다.

서구의 영향을 받은 후부터 "빗물은 빨리 버려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관리해 왔다. 자신의 마당을 볼록하게 만들거나 하수구를 통하여 하류로 내 보내는 소위 볼록형의 빗물관리이다.

그 결과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빗물을 버리다 보니 물관리 시설의 규모는 커지고, 하류에 홍수를 일으키고, 나중에는 가뭄이 생기고 하천이 말라 생태계가 살 수 없는 등 후손에게 부담을 주는 물관리가 되어 여러 가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물관리는 "빗물을 떨어진 자리에서 모으는" 오목형이었다. 궁궐이나 대가 집에 만든 인공연못, 논에 만들어진 둠벙, 전국적으로 수만 개나 만들어진 인공 저수지, 논농사를 장려하고 농민을 물 관리자로 대접한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수천 년간 열악한 볼록형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하우인 것이다. 이것은 하류의 사람과 자연과 후손 모두가 이로운 것을 추구하는 홍익인간 정신과도 일치한다.

오목형으로 빗물을 모으는 데는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작은 시설들을 전체 지역에서 분산 배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00㎡의 마당이나 정원을 만들 때 가운데를 약 50cm 정도 오목하게 만들면 20톤 정도의 물이 밖으로 나가는 대신 땅속에 들어가서 지하수를 채워주고 하천이 마르지 않도록 해준다. 십시일반으로 지역의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모으면 댐에서 모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경기 북부에 있는 자유로와 같이 도로의 중앙분리대를 오목하게 만들면 큰 돈 안들이고도 수만톤 용량의 댐을 만든 셈이 된다. 안 쓰는 논이나 밭 1헥타르에 50cm의 턱을 만들어 빗물을 모으면 5000톤 용량의 댐이 됨과 동시에 침투시설이 된다.

경사진 산비탈에 30cm 정도 높이의 턱을 두면 내려가는 빗물의 양을 줄이는 대신 땅속에 저장할 수 있다. 생태계도 살고, 지하수도 보충이 된다. 빗물을 떨어진 바로 그 자리에서 많이 모을수록 빗물을 버리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홍수 및 가뭄 등 이상강우에 대한 안전을 높일 수 있다. 또 대량의 물을 장거리 수송하는데 드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과 일치한다.

문제는 이렇게 간단하다. 빗물을 버리는 볼록 마인드에서 빗물을 모으는 오목마인드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 국민이 오목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공원이나 집의 조경을 할 때, 도로를 만들 때, 안 쓰는 농경지를 관리할 때, 산비탈을 이용할 때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빗물을 모으도록 해야 한다.

그를 뒷받침하는 법규나 조례, 그리고 시설설계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전통의 오목마인드에 IT를 도입한 창의적인 기술을 곁들인 모범사례를 많이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기술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육과 홍보다. 이러한 내용을 교과서에 수록해 학생 때부터 가르치고 일반인에게 쉽게 알려줘야 한다.

음양의 법칙에 따라 볼록형 자연에서 오목형의 빗물관리를 하면 우리나라는 쉽게 물부족 국가에서 물부자 국가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오목형 물관리 방법은 물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도 줄이고 앞으로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을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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