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SR코리아 대표

황상규
sr코리아 대표
[이투뉴스 칼럼 / 황상규] ‘세계는 지금’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세계는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 프로는 꽤 인기가 있었다. 한국적 사회 문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세월호’ 정국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원칙과 가치 또한 투명성, 공정성, 합리성, 공공성, 책임성 등 정부, 기업, 시민사회를 둘러싼 사회적 책임 문제가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각 조직의 사회적 책임 이슈를 총망라한 ISO26000의 제정과 공포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70여개 나라는 2005년부터 5년여 동안 8차 총회를 개최한 끝에 2010년 11월, ISO26000(사회책임) 국제표준을 93%의 찬성으로 채택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규격으로 번역해 제정·공포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계를 중심으로 ‘녹색경영’, ‘윤리경영’,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해 왔는데, 앞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ISO26000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EU(유럽연합) 의회는 지난 4월 15일 유럽내 대기업들의 환경, 인권, 반부패 등에 관한 ‘비재무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법안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했다. 유럽에서 기업의 비재무 활동을 공개해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법적으로 의무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에 따르면, 500인 이상을 고용한 기업 및 그룹사는 환경, 사회, 고용, 양성평등 및 인권 등에 관한 회사 내 정책 및 규정, 결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내용을 공개하지 않거나 사내 정책이 없는 기업은 공식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 정보 공개 방식은 기업 자율에 맡기되, UN 글로벌콤팩트, ISO26000, 독일 지속가능성 규정(German Sustainability Code) 등의 방식이 명시됐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통과된 기업법 개정안이 지난 4월부터 시행되면서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은 지난 3년간 평균 순이익의 최소 2%를 CSR 활동에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고, 사내 CSR위원회를 만들어 정책을 구성하고 인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 713개사 중,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사 30~40개 정도가 의무 대상에 해당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통합 보고서’ 발간이 의무화됐다. 지난 3월, 남아공 정부는 ‘통합 보고 프레임워크’를 비준하면서 요하네스버그거래소(JSE)에 상장된 모든 기업은 통과된 프레임워크에 맞춘 통합 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CSR 담당 장관을 임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영국의 경우는 2000년 7월 연기금운용에 환경, 사회, 윤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고, 프랑스는 2001년 5월 상장기업들에 대해 CSR 내용을 연차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것을 법으로 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 국민연금법(제102조)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59조)을 개정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내용 공시를 법제화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정부의 반대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부와 기업체의 많은 사람들은 ISO26000 표준이 인증규격이 아니고, 지침(Guidance)이기 때문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과 접근은 매우 안이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미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윤리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이 새로운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는데, 우리는 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국가표준 DS490001은 지침 수준이었던 ISO26000을 한 단계 높여 인증규격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사회책임경영시스템으로 시행하고 있는 경우다.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파급되어 갈 것이다.

사회책임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은 경제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고, 공정한 경제와 사회 시스템을 통해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는 새로운 방법론임을 재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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