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정책의 효자, 빗물
저탄소 정책의 효자, 빗물
  • 한무영 서울대 교수
  • 승인 2010.06.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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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19)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교수] 요즈음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자원 절약과 홍수방지 차원에서 빗물관리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2012년부터 새로 짓는 아파트에 빗물이용시설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검토하고 있다.

아산 탕정 신도시에서는 도시전체에 떨어지는 빗물을 버리는 대신 떨어진 그 자리에서 받아서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계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적응을 위한 레인시티의 확산'이라는 프로젝트는 국제물학회 (IWA)에서 주는 창의프로젝트상에 선정되어 전세계 물관리하는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빗물은 정부의 저탄소 정책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얼마나 효자인지 에너지 사용량을 이용하여 수치로 증명해보자. 수돗물 1톤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광역상수도, 지방상수도, 지하수, 하수처리수 재이용, 해수담수화 등 여러 가지 공급방안이 있다.  물을 공급하려면 처리에너지와 운반에너지가 들어간다. 처리에너지는 처리해야할 오염물질의 양과 비례하고 운반에너지는 거리에 비례한다.

광역상수도에서 물 1톤을 공급하는데 드는 에너지는 0.2~0.3kWh다. 물론 거리에 따라 다르다. 이중에서 정수장에서 처리에 드는 에너지는 그중 10% 정도이다. 지하수도 지하수위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얕은 지하수와 깊은 지하수에서 퍼올릴 때는 그 깊이에 비례하는데 대략 0.1~1.0KWh가 든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을 다시 처리하는데 드는 에너지는 약 1.2 kWh. 하수처리장에서 사용처까지 보낼 때는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1.2~1.4kWh 정도다. 해수담수화는 여러 가지 공정의 개발에 따라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대략 5~10kWh 다. 대개 해안가에 위치하므로 내륙으로 보낼 때는 거리에 비례해 높아진다.

그런데 정부에서 생각하는 여러 가지 공급방안 중에서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빗물이다. 우리나라에는 매년 1270억톤의 가장 깨끗한 빗물이 공짜로 떨어진다.

지붕이나 단지 내에 떨어지는 빗물을 지하에 모아두면 돈이 안 드는 침전 처리만으로도 조경용수는 충분히 쓸 수 있다. 물론 지하 1~3층에 있는 저장조에서 펌프로 퍼 올리는 데는 에너지가 든다. 그런데 그 수치는 톤당 0.001 kWh로서 멀리 팔당에서 끌고 오는 것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실제로 스타시티에서는 1년에 4만톤의 빗물을 받아서 쓰니 그만큼 팔당에서 퍼주어야 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셈이다. 이러한 시설 도시에 1만개만 있어도 1년에 4억톤의 강물을 끌고 오는데 드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빗물을 더욱 더 효자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여름에 지붕이나 도로에 빗물을 뿌리면 온도가 내려간다. 스타시티 정원은 모아둔 빗물을 듬뿍 주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외부에 비해 온도가 2~3도 시원하다. 지붕이나 벽에 뿌려주면 냉방에너지를 절약해준다. 이를 도시 계획 때부터 적용한다면 도시의 열섬현상이나 열대야 같은 것을 쉽게 해소해 줄 수 있다.

먹을거리의 이동거리를 짧게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빗물을 받아서 텃밭을 만들면 지역적인 식량도 일부 생산하여 식량자급률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먹을거리의 이동에 드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하수처리수처럼 물을 마시거나 텃밭을 가꾸거나, 발을 담굴 때 생기는 심미적 거부감도 없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빗물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깝고 정책에 빗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섬 지방이나 농어촌지역의 상수도를 해결하는데 에너지가 적게 드는 빗물은 뒷전에 놓고, 에너지와 돈이 많이 드는 해수담수화와 하수처리수 이용만을 고집하고 있다. 아마도 사막지역의 물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보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비가 안 오는 사막이 아니다. 빗물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최우선적으로 이용하여 에너지를 줄이자. 그것이 저탄소 정책의 실천에 앞장서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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